지난해 11월 29일 북한과 러시아의 접경 지역인 두만강역 차량기지에서 북한이 화물을 쌓고 운송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하루 후인 11월 30일에는 두만강역에 있던 화물 열차가 러시아 하산역에 있었다. 전쟁을 벌인 러시아에 북한이 무기를 지원한 증거였다. 무기 거래를 파악한 국제사회는 북한과 러시아에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를 잡아낸 데에는 인공위성의 공이 크다. 미국 위성기업 플래닛랩스(Planet Labs)는 지구 관측위성 스카이샛을 이용해 두만강역 일대의 변화를 감지했다. 플래닛랩스는 200여 개의 위성을 기반으로 특정 지역을 50㎝ 해상도로 하루 5~7회 촬영할 수 있다.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를 얻는 데 한 시간도 안 걸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불안한 국제 정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위성 영상이 중요한 안보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국방과 산업 분야에 위성정보를 적극적 도입해 이른바 ‘우주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정보원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위성활용콘퍼런스 2023′을 개최했다. 이틀에 걸쳐 열리는 콘퍼런스는 국내외 위성기업이 모여 기술 개발 정보를 공유하는 장이다. 이날은 플래닛랩스와 에어버스D&S, 맥사(Maxar), 아이스아이(Iceye), 카펠라스페이스(Capella Space), 블랙스카이(Blacksky) 등 위성정보 활용 분야 해외기업이 발표에 나섰다.
해외기업 발표자들은 전자광학(EO)과 합성개구레이더(SAR), 적외선(IR) 등 다양한 위성을 활용한 감시·정찰 기능을 강조했다. 위성정보 활용 분야 선두 기업인 플래닛랩스는 올해 2월 미국 상공을 침범한 중국의 정찰 풍선이 어디서 비행을 시작했는지 위성 슈퍼도브(Super Dove)로 밝혀냈다. 200개의 지역의 위성영상을 검색하고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사진의 해상도를 높여 중국 하이난에서 띄워진 모습을 포착했다.
로버트 카르딜로(Robert Cardillo) 플래닛랩스 전략부문 이사는 “위성 영상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가려낼 수 있는 좋은 도구인 만큼 안보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최근 분쟁 상황에선 신속하게 선명한 이미지를 제공해 일어난 상황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플래닛랩스는 세계 평화와 안보를 구축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의 자회사인 에어버스D&S는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전쟁 상황을 위성으로 관찰하고 있다. 30㎝ 정도의 공간 분해능을 가진 ‘플레라데스 네오’ 위성으로 가자지구의 어떤 구역에 어느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는지 확인한다.
마이클 칸세스(Michel Cances) 에어버스D&S 대표는 “HD급 위성 이미지로 이스라엘에서 발생하는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이미지의 각도를 돌려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며 “이미지를 감시하면서 정량화하는 게 우리의 목표고, 단 하나인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선 위성으로 지구를 보면서 확인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공공 부문에 위성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선 정부가 목적을 정확하게 설정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위성으로 수집되는 데이터의 양이 매우 방대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활용 가능한 정보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앤디 스티븐슨(Andy Stephenson) 블랙스카이 부사장은 “위성은 단적인 이미지 이상을 제공하지만, 데이터로 남겨놓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정부에서는 수백 개의 실시간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를 분석하고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