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자원을 둘러싼 ‘우주판 골드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달은 물론, 우주를 떠도는 소행성도 채굴 대상이다. 달과 소행성은 니켈과 금, 희토류 등 희귀 광물을 채굴할 수 있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진은 올해 10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소행성 ‘프시케(Psyche)’ 탐사선을 발사한다. 프시케 탐사선은 2029년 8월 소행성에 도착해 26개월 동안 프시케의 주변을 돌며 구성과 중력, 밀도 등을 관측한다. 애초 프시케 탐사선은 지난해 8월에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개발이 지연돼 발사가 연기됐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불멸의 여신을 의미하는 프시케는 화성과 목성 사이를 지나는 지름 226㎞의 M형 소행성이다. 프시케처럼 화성과 목성 사이를 떠도는 소행성들은 태양계 생성 초기에 만들어져 하나의 ‘벨트’를 이룬다.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탄소질이 풍부한 C형 소행성과 달리, M형 소행성은 철과 니켈 등 금속 성분이 많이 포함됐을 걸로 추측된다.
NASA가 탐사에 나서는 목적은 정확히 말하면 광물 채굴이 아닌, 태양계 기원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다. 프시케가 충돌로 외부 암석이 벗겨진 행성의 핵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지구 내부 구조를 밝힐 단서로 기대된다. 하지만 프시케 소행성에 가득 찬 희귀 광물을 외면할 필요도 없다. 연구진은 프시케의 니켈, 철과 같은 금속 물질이 1경~1000경달러의 가치를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1000경달러는 원화로 환산하면 100해를 넘어서는 화폐 단위다.
우주 자원 산업의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우주 자원 산업의 시장 규모는 2018년 6억5000만달러(8400억원)에서 2025년 28억4000만달러(3조6700억원)로 매년 23.6%씩 성장할 전망이다. 향후 소행성 탐사와 달 탐사 프로젝트가 활발히 전개될 예정인 만큼 우주 자원 산업 규모도 가파르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주 자원의 경제적 가치를 알아보고 전 세계적으로 소행성 탐사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주 강소국인 룩셈부르크는 2016년부터 일찍이 우주 채굴 신생기업에 투자했다. 우주 채굴 자원에 재산권을 보장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유럽우주자원혁신센터(ESRIC)를 설립해 국제 협력을 강화했다.
소행성 탐사에서 최고 수준을 보이는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우주 탐사선 하야부사 2호로 소행성 표본을 수집하고 있다. 최근엔 아랍에미리트(UAE)도 소행성 ‘유스티티아’에 착륙선을 보내 2034년엔 소행성 탐사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헬륨3과 희토류, 티타늄처럼 희귀자원이 매장된 달 자원도 미래 먹거리로 각국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앞다퉈 달 유인 탐사를 추진하는 이유도 달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은 민간기업 아이스페이스가 달 탐사선 ‘하쿠토-R M1′ 착륙을 시도하는 등 달 자원 채취를 꿈꾸고 있다.
국내에선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를 추진했지만,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탈락하면서 무산됐다. 다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국토우주지질연구본부를 중심으로 우주현지자원활용(In Situ Resource Utilization·ISRU) 연구를 전개하고 있다. 지질연은 NASA 존슨우주센터와 룩셈부르크 ESRIC, 체코, 독일 등과 협력을 통해 달 자원을 현지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낼 계획이다. 올해 11월에는 국내에서 ESRIC과 ISRU 관련 공동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김경자 지질연 우주자원개발센터장은 “NASA 존슨우주센터와 미국 산업체 등 우주 자원 연구에 대한 진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룩셈부르크와는 공동연구를 올해 11월에 시작해 자원을 실제로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