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우주 쓰레기. /연합뉴스

지구 저궤도(LEO·Low Earth Orbit)가 갈수록 더 빽빽하고 위험해지고 있다. 인공위성이 폭증하면서 저궤도가 사실상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어서다. 이로 인한 우주 쓰레기 발생 위험도 더욱 커지고 있다.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이나 버려진 로켓 추진체, 우주 충돌의 잔해들이 지구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이고, 최근엔 이로 인한 빛·전파 공해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스타링크 위성만 1만기…너무 빽빽한 지구 저궤도

지구 저궤도는 지상 160~2000㎞에 해당하는 우주공간이다. 지구와 가까워 인터넷 지연(latency)이 짧다는 장점이 있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나 아마존의 카이퍼, '중국판 스타링크'라고 불리는 중국 인터넷 위성망 궈왕의 통신위성들이 주로 이곳에서 운용된다. 이밖에도 지구관측위성과 국제우주정거장(ISS) 등이 이 구간에 떠 있다.

2020년만 해도 이곳을 도는 위성 수는 5000기 정도였지만, 최근엔 1만5000기까지 불어났다. 2020년의 3배 정도다. 이 중 70%인 약 1만여 기는 스타링크의 통신 위성이다. 2020년부터 스페이스X가 재사용 로켓을 사용해 스타링크 위성을 매달 수십 기씩 쏘아 올리고 있는 데다, 중국도 경쟁적으로 자국 위성을 발사하면서 지구 저궤도는 빠르게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위성 수가 급증하면서 우주 쓰레기 발생 위험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과 로켓의 잔해, 이들이 서로 부딪혀서 생겨난 수많은 파편을 우주 쓰레기라고 부른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2025년 기준으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테니스공 크기(지름 10㎝) 이상의 우주 쓰레기는 5만4000개에 달한다. 1㎜~1㎝ 크기 파편은 1억3000만개가 있고,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파편은 셀 수 없이 많다. 이들의 무게를 합치면 1만4000t에 달한다.

이 우주 쓰레기가 지구로 떨어지면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갖게 된다. 이 조각들은 보통 시속 수만㎞의 속도를 이동하기 때문에 총알보다 빠르다. 실제로 2024년 8월엔 스타링크 위성의 2.5㎏짜리 알루미늄 파편이 캐나다 서스캐처원주(州)의 농장에 떨어진 일도 있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민간 지역에 우주 잔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그만큼 더 커졌다.

◇빛·전파·소음 공해 심각

지구 저궤도를 덮은 위성이 폭증하면서 빛 공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저궤도 위성은 해가 진 뒤에도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기 때문에 밤하늘에서 움직이는 밝은 점이나 선처럼 보인다. 문제는 이런 위성이 급증하면서 천문 관측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천문대가 긴 시간 동안 우주를 촬영하면 사진 곳곳에 위성 궤적이 줄무늬처럼 남아 은하나 초신성, 소행성 같은 희미한 천체를 찾기 어려워진다. 과학 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이달 "스타링크 군집 위성의 등장으로 천체 관측 자료에 더 많은 줄무늬가 겹치다 보니, 제대로 된 천문 관측은 갈수록 더 어렵게 됐다"고 썼다.

천문계에선 이미 2021년 빛 공해가 심각해질 것을 우려해 저궤도 위성의 겉보기 등급을 최소 7등급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겉보기 등급은 숫자가 낮을수록 더 밝다. 문제는 위성 수가 계속 늘어나면서 이 같은 권고를 지켜도 밤하늘은 계속 밝아진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2030년엔 지구를 도는 전체 위성 수가 최대 10만 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위성 통신 신호가 관측용 주파수 대역에 섞여 들어오는 '전파 공해' 문제도 갈수록 심각하다. 국제 거대전파망원경 관측소(SKAO)와 미국 국립전파천문대(NRAO) 등은 스타링크 같은 저궤도 통신 위성이 우주의 미세한 전파 신호 관측을 방해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수천 기의 통신 위성이 계속 강한 전파를 내보내면서,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초기 우주에서 오는 매우 약한 전파 신호를 놓치기 쉬워진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향후 우주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소음 공해 우려도 있다. 수명이 다한 위성이나 로켓 잔해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강한 폭음과 충격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일대에서는 스페이스X의 로켓이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창문이 흔들리거나 굉음 신고가 접수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만기의 위성이 지속적으로 발사·폐기될 경우 이런 재진입 소음 역시 새로운 환경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본다.

우주 쓰레기 문제가 현실적인 위협으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은 대응에 나서고 있다. ESA는 로봇 팔, 그물, 작살 등을 이용해 수명이 다한 위성을 포획한 뒤 대기권으로 유도해 소각하는 '능동적 우주 쓰레기 제거' 기술을 개발 중이다. 소형 위성을 직접 포획해 제거하는 '클리어스페이스-1' 임무를 2029년쯤 수행할 계획이다.

위성의 수명이 끝나면 스스로 궤도를 이탈해 사라지는 '자체 소멸형 위성'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위성이 임무를 마치면 5년 이내에 자동으로 대기권에 재진입하도록 설계해, 수명이 다한 위성이 궤도에 장기간 남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미 많은 위성이 이 같은 방식으로 설계되고 있기도 하다. 다만 폭증하는 위성 수를 고려하면 이것만으로 저궤도 혼잡과 우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