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설계한 단백질 껍질 형태를 보여주는 모식도. /ChatGPT 생성 이미지

국내 연구팀이 노벨상 수상자와 손잡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연계 바이러스의 조립 원리를 그대로 재현한 대형 단백질 구조체를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이상민 교수가 202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미국 워싱턴대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 교수와 함께, 같은 단백질들이 축구공처럼 오각형과 육각형 형태로 맞물려 거대한 공 모양 껍질을 스스로 만드는 설계 원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단백질 주머니는 향후 우리 몸속에서 약물이나 백신을 안전하게 실어 나르는 운반체 역할을 하게 된다. 연구 결과는 2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바이러스의 '단백질 조립 비결'을 AI로 풀다

그동안 단백질 구조체를 인공적으로 만들려는 이는 많았지만, 기존 설계법은 계산이 쉬운 완전 대칭 구조에 주로 의존하다 보니 단백질 크기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자연계의 바이러스 활동에 주목했다.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물질을 외부로부터 보호하고 다른 세포에 효과적으로 침투하기 위해, 스스로를 감쌀 수 있는 속이 빈 공 모양의 단백질 껍질을 만들어낸다. 이때 바이러스는 똑같은 단백질이라도 놓인 위치에 따라 각도를 미세하게 조절하면서 오각형 또는 육각형 모양의 빈 축구공 형태의 껍질을 만들어낼 줄 안다.

연구팀이 이 바이러스 활동을 AI 설계 도구인 'RF디퓨전(RFdiffusion)'을 이용해 따라 해봤다. 이를 통해 단백질 블록들이 서로 딱 맞는 각도로 맞물려 스스로 거대한 돔 형태를 이루도록 설계한 것이다. 그 결과 마치 레고 블록을 정교하게 쌓듯, 단백질들이 스스로 뭉치면서 최소 68nm에서 최대 220nm 크기의 거대한 돔 형태 껍질을 만들어내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단백질 블록이 휘어지는 각도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전체 크기를 자유자재로 설계할 수 있었다.

◇어디에 활용될까

연구팀이 만든 이 '단백질 나노 케이지'는 속이 비어 있는 축구공처럼 생겼다. 이 안엔 약물이나 유전 물질, 효소 등을 안정적으로 담을 수 있다. 이 단백질 나노케이지를 활용하면 원하는 부위에만 정확하게 약물을 전달하는 '표적 약물 전달 운반체'로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껍질 표면에 항원을 부착하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차세대 백신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

이상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백질 블록의 미세한 구조 조절을 통해 거대한 조립체의 크기와 형태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