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과학위원회(NSB)가 작성하던 미공개 정책 문서에 중국이 주요 과학기술 분야에서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는 메시지가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미나이

중국이 AI(인공지능)를 비롯해 양자정보과학기술, 바이오기술, 반도체 등 '핵심 신흥 기술'의 최신 국제 특허에서 미국을 양적으로 압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간 비교가 가능한 최신 통계(2024년 기준)에서 중국의 AI 분야 국제 우선 특허 취득 건수는 8만2708건으로, 2위 미국(7584건)의 11배에 달했다. 중국은 바이오기술, 반도체, 양자정보기술 국제 특허에서도 세계 선두로 집계됐다. 핵심 신흥 기술(CET·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ies)은 국가안보·경제 경쟁력에 중요하면서도 빠르게 부상하는 기술을 뜻한다.

◇AI 국제특허 75%는 中… 양자·바이오도 1위

18일 본지가 확인한 미국 국가과학위원회(NSB)의 '2026년 미국 과학·공학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국제 특허 패밀리 기준으로 중국 발명자가 획득한 AI 분야 특허는 8만2708건으로 세계 1위였다. 전체의 75%에 달했다. 국제 특허 패밀리는 같은 발명을 여러 나라에 출원하더라도 하나의 '발명 묶음'으로 세는 지표다.

같은 기간 중국은 반도체 분야에서도 2만1329건으로 1위로 집계됐다. 한국(7192건)·일본(7040건)·대만(3108건)·미국(2709건)이 뒤를 이었다. 양자정보기술 분야에서도 1위 중국(4319건)이 일본(940건)·미국(812건)·한국(524건)을 큰 차이로 앞섰다. 바이오기술에서도 중국은 5만7146건으로 2위 미국(8891건)의 6배에 달했다.

◇"과학기술 경쟁에서 중국이 미국 추월"

미국 과학정책의 핵심 자문·감독기구인 NSB는 격년으로 '미국 과학·공학 현황' 보고서를 발간한다. 당초 NSB는 올해 보고서에 미국이 중국과의 과학기술 경쟁에서 이미 뒤처지고 있다는 경고를 담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언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NSB 위원 22명을 해임해 2쪽 분량의 정책 메시지가 이번 보고서에 실리지 못했다고 지난 14일(현지 시각) 밝혔다. 중국이 주요 과학 분야에서 이미 미국을 앞질렀고, 미국이 더 뒤처지지 않으려면 수십 년에 걸친 지속 투자와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경고성 정책 메시지였다.

이와 같은 직접적 경고 메시지가 빠졌지만, NSB의 이번 공식 보고서에는 중국이 과학기술 발전의 주요 축에서 미국을 제쳤다는 통계 등이 담겼다. 예컨대 중국은 2024년 R&D(연구·개발) 지출에서 1조280억달러로, 미국(1조90억달러)을 처음으로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과학·공학 논문 약 350만편(2024년 기준)에서도 중국 논문 비율은 31%로 압도적 1위였고, 미국(12%)과 인도(7%)가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인재 양성에서도 중국이 이미 2019년에 과학·공학 박사 학위 수여 건수에서 미국을 추월했다고 밝혔다.

◇美, 첨단 서비스와 혁신 생태계 우위 유지

다만 NSB 보고서는 미국이 중국에 완전히 밀린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인용이 많이 되는 최상위 논문과 영향력이 큰 특허, 벤처캐피털 기반 혁신, 지식·기술집약 서비스 분야에서 미국이 여전히 중국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데이터 처리, 정보서비스, 연구개발처럼 지식과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첨단 서비스 산업에서는 미국이 압도적 선두를 지켰다. 이 분야에서 미국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는 2024년 1조7000억달러로 전 세계의 43%를 차지했다. 유럽연합(19%)과 중국(11%)을 합친 비중보다 컸다. 중국이 첨단 제조 기반을 넓히는 동안, 미국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벤처 투자 중심의 혁신 생태계로 우위를 지키는 구도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