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조성, 습지 복원, 하천 정비처럼 녹지와 물길을 활용하는 '그린-블루 적응'은 기후위기 시대의 대표적인 도시 대응 전략으로 꼽힌다. 녹지는 폭염을 낮추고, 습지와 하천은 폭우 때 빗물을 흡수하거나 흘려보내 홍수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런 기후적응 정책이 의도치 않게 집값 상승과 인구 유입을 불러와 기존 저소득층 주민의 주거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승겸 카이스트 AI미래학과 교수 연구진이 북경대, 뉴욕상하이대 연구진과 함께 아프리카 32개국 도시를 분석한 결과, 그린-블루 적응 정책이 도시 회복력을 높이는 동시에 '젠트리피케이션'을 촉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시티즈(Nature Cities)'에 지난 4월 게재됐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지역 환경이 좋아지고 외부 인구가 유입되면서 집값과 임대료가 오르고, 그 결과 원래 살던 주민들이 밀려나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진은 기후적응 정책이 실제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키는지 분석했다.
연구진은 2005년부터 2024년까지 아프리카 32개국 221개 도시권, 5503개 행정단위의 변화를 추적했다. 위성영상과 사회·경제 데이터를 결합하고, 정책 시행 전후를 비교하는 이중차분법을 적용해 기후적응 시설의 영향을 살폈다.
분석 결과, 그린-블루 적응 시설이 조성된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종합 젠트리피케이션 지수가 평균 약 41% 높아졌다. 주택가격은 약 13% 상승했고, 외부 인구 유입도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아프리카 대륙 전역을 대상으로 기후적응과 젠트리피케이션 간 관계를 인과적으로 규명한 최초의 대규모 실증연구다. 공원과 물길 같은 기후적응 시설이 도시를 더 안전하고 쾌적하게 만드는 동시에,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치를 높여 취약계층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앞으로의 기후정책이 녹지와 수공간을 늘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공주택 공급, 토지 소유권 보호, 개발이익 환수 등 주거 안정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기후적응의 혜택이 특정 계층에만 쏠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승겸 교수는 "기후적응 정책은 도시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집값 상승과 인구 이동을 불러와 기존 주민들의 주거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앞으로는 환경 개선뿐 아니라 취약계층 보호와 주거 안정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Cities(2026), DOI: https://doi.org/10.1038/s44284-026-004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