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홀로서기로는 존재감을 보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연구자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이종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휴머노이드 연구단장은 18일 서울 KIST에서 열린 '민관협력 기반 AI 휴머노이드 원천기술 고도화 사업' 착수 회의에서 이번 사업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개별 기관이나 기업이 각자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국내 산·학·연·병 역량을 하나로 묶겠다는 취지다.
AI 휴머노이드는 사람의 형태를 닮은 로봇에 AI를 결합한 기술이다.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사람의 말을 이해하며, 스스로 작업을 계획·수행하는 로봇이다. 공장과 물류, 병원, 돌봄 현장 등 다양한 공간에서 활용될 수 있어 차세대 로봇 시장의 핵심 분야로 꼽힌다.
이 단장은 이날 "해외에서는 AI 로봇 산업에 대규모 자금과 인력이 투입되면서 개발 속도와 규모 면에서 경쟁 구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반면 국내는 이족 보행형 휴머노이드 제작 규모와 전문 인력이 제한적이어서 개별 기관이나 기업이 홀로 경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 정부는 이번 사업을 국내 연구자와 기업을 한데 묶는 '국가대표팀' 방식으로 설계했다. KIST가 사업을 주관하고 LG전자, LG AI연구원, LG에너지솔루션, 로보스타, 위로보틱스 등이 산업계에서 참여한다. 서울대, 카이스트, 고려대, 경희대 등 학계와 한림대성심병원도 힘을 보탠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한국형 대표 AI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오상록 KIST 원장은 "중국이 첨단 제조 분야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키운 배경에는 민관 협력이 있었다. 우리도 점프업 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이 사업이 탄생했다"며 "개발이 필요한 기술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 원팀 전략으로 중국과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업은 크게 물리AI와 행동 소프트웨어, 감각 하드웨어의 3개 연구단 체계로 운영된다. 물리AI 연구단은 시각과 촉각, 언어, 행동 정보를 종합해 로봇이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한다. 행동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휴머노이드가 사람처럼 균형을 잡고 움직이며, 물건을 다루고 장시간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전신 제어 기술을 고도화한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KIST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플랫폼 '케이팩스(KAPEX)'를 기반으로 차세대 인간형 로봇 모델 개발이 추진된다.
개발된 기술은 실제 현장에서 검증된다. 연구진은 휴머노이드 20대 이상을 개발해 공동으로 활용하고, 실증 환경에서 2종 이상의 서비스를 1개월 이상 연속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등 의료·돌봄 현장에서는 생활 보조, 공공 서비스, 장기 복합 작업 수행 능력 등을 시험할 계획이다. 사람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 움직이는 로봇인 만큼 안전 표준과 인증 체계 마련도 병행한다.
이 단장은 "기존 R&D가 논문 성과나 개별 기술 확보에 머무른 측면이 있었다면, 이번 사업에서 좋은 논문은 중간 목표"라며 "각 연구실과 기관의 연구 성과를 하나로 통합해 현장 실증에서 성공하는 것까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