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 피부 병변 제거, 갑상선 약 복용이 고령 환자에게는 이득보다 위험이 크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제미나이

고령 환자에게 당연하게 여겨졌던 대장 내시경, 피부 병변 제거, 갑상선 약 복용이 꼭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연구가 잇따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일반적인 검진·시술·약물의 효과가 고령층에서는 달라져 이득보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대장 내시경의 경우 75세 이상 고령 환자에게 정기적으로 시행할 필요성은 제한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재향군인 약 9만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대장 내시경 여부에 따른 대장암 사망률 차이는 0.5%와 0.4%로 미미했다. 연구진은 대장 내시경이 기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검사 이후 위험은 나이가 들수록 커진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연구에서는 75세 이상 환자의 약 7%가 대장 내시경 후 한 달 내 입원하거나 응급실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대표적인 예방 의료 권고 기관인 USPSTF는 76~85세 대장암 검진에 대해 "기대 효과가 작다"며 C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A 등급(강력 권고), B 등급(권고)과 달리 C 등급(선택적 고려)은 건강 상태와 과거 검진 이력, 기대 수명 등을 따져 선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장 내시경은 가장 널리 쓰이는 대장암 검진 수단이다.

고령층에서 흔히 나타나는 광선각화증은 햇빛에 장기간 노출된 피부에 생기는 붉고 거친 반점이다. 피부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진단 후 제거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통증과 피부 자극, 색소 침착 등을 유발할 수 있어 무조건적인 치료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병변은 제거하더라도 재발하기 쉬운 만성 질환이다.

미국 미시간대 피부과 전문의인 앨리슨 빌리 박사는 의학 학술지 'JAMA 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 논평에서 "광선각화증은 흔한 피부 병변이지만 암으로 진행될 위험은 극히 낮다"며 "일상적인 제거 치료는 의료 자원을 소모하고 환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피부암 병력이 없는 일반 환자에서 광선각화증이 암으로 진행될 확률은 1000분의 1 미만이다. 빌리 박사는 무조건적인 시술보다는 정기적인 증상 관찰과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권했다.

대표적인 갑상선 호르몬제 '레보티록신' 역시 고령 환자에서는 신중한 사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상이 거의 없는 '무증상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에게도 처방이 늘고 있는데, 고용량으로 복용할 경우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유발할 수 있고 심장 부정맥과 골밀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오히려 일부 고령 환자는 치료 없이도 호르몬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네덜란드 라이덴대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노인 환자의 상당수에서 갑상선 자극 호르몬(TSH) 수치가 자연적으로 정상화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 공동 연구팀은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레보티록신을 투여해도 증상 개선이나 피로 감소 등에서 뚜렷한 이점이 없었다고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발표했다. 이에 대해 환자들이 스스로 레보티록신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평생 이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유지돼 온 의료 관행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 검진이나 약물 중단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령 환자일수록 검사와 치료의 위험과 편익을 보다 신중히 따져야 하고, 효과를 과장한 과잉 진료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