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구진이 기존의 광학 상식을 뒤집는 새로운 생체 영상 기술을 개발했다. 강한 레이저 빛이 특정 조건에서는 매우 가늘고 선명한 연필 모양의 빔으로 바뀌며, 이를 이용하면 사람의 혈뇌장벽을 기존 표준 방식보다 약 25배 빠르게 3차원(D)으로 촬영하면서도 비슷한 수준의 해상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진은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소드'에 27일 게재했다.
이번 발견은 연구진이 다중 모드 광섬유의 한계를 시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다중 모드 광섬유는 빛이 여러 경로로 동시에 이동할 수 있는 광섬유로, 많은 양의 빛을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내부 구조의 미세한 불완전성 때문에 빛이 여러 경로로 퍼지면서 뒤섞이기 쉽다.
하지만 연구진은 레이저 출력을 광섬유가 손상될 수 있는 수준에 가깝게 높였을 때, 빛이 바늘처럼 가늘고 날카로운 빔으로 모이는 것을 확인했다. 레이저가 정확히 0도의 각도로 광섬유에 입사하는 상태에서, 빛이 광섬유를 이루는 유리와 상호 작용할 때까지 레이저 출력을 높인 결과였다.
이어 연필 모양 빔을 인간 혈뇌 장벽 영상 촬영에 적용했다. 혈뇌 장벽은 뇌를 보호하는 일종의 검문소다. 혈액 속 독성 물질이 뇌로 들어가는 것을 막지만, 동시에 알츠하이머병이나 루게릭병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의 치료제가 뇌로 들어가기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뇌 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때는 약물이 이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연필 모양 빔을 활용해 혈뇌 장벽 세포가 단백질을 흡수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었다. 세포 수준의 3D 이미지를 기존 표준 방식보다 약 25배 빠르게 얻을 수 있었고, 영상 품질도 비교 가능한 수준을 유지했다.
기존 광학 영상 방식은 보통 얇은 2차원(D) 단면을 하나씩 촬영한 뒤 이를 쌓아 3D 이미지를 만든다. 이 방식은 정밀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세포가 약물을 흡수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형광 표지 없이도 관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생체 영상 연구에서는 특정 세포나 물질을 보기 위해 형광 물질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형광 표지를 붙이면 관찰 대상이 빛나기 때문에 쉽게 볼 수 있지만, 실험 과정이 복잡해지고 세포나 약물의 움직임이 실제 몸속에서와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은 혈뇌 장벽 연구뿐 아니라 다양한 인공 조직 모델에서 특정 물질의 움직임을 시간에 따라 추적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며 "'연필 빔'이 만들어지는 근본적인 물리 원리를 더 자세히 규명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술 상용화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 Methods(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92-026-0306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