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홍콩에 본사를 둔 AI 신약 개발 기업 인실리코메디슨이 지난 24일(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 정부와 함께 100% AI로 개발한 새 항암 치료제 후보 물질을 공개했다. /인실리코메디슨

미국과 홍콩에 본사를 둔 AI 신약 개발 기업 인실리코메디슨이 지난 24일(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 정부와 함께 100% AI로 개발한 새 항암 치료제 후보 물질을 공개했다.

인실리코메디슨은 이날 자사가 개발한 신약 후보 물질 'ISM0387'이 전임상(동물실험)에서 뇌종양 암세포를 겨냥, 특히 교모세포종 같은 강한 암에서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회사는 또한 이 치료제가 정상 세포는 최대한 덜 건드리고, 혈액-뇌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도 했다.

인실리코메디슨 측은 자사 AI 플랫폼 '파마.AI(Pharma.AI)'를 사용해 설계부터 최종 신약 후보 물질 도출까지 6개월 만에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아냈다. 회사 측은 "기존 방법으로 신약을 개발하려면 약 9억~26억달러가 들고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초기 단계만 해도 평균 4.5년이 걸린다. 우리는 이 기간을 6개월로 단축시켰다"고 했다.

◇가속화하는 AI 신약 개발

전 세계 제약사들은 최근 AI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술 분석 기업 '인투이션랩스(IntuitionLabs)'가 올해 초 발표한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 AI가 설계하거나 발굴한 신약 후보 물질 173개는 현재 임상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이 중 15~20개는 올해 안에 임상 3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신약이 실제 허가 단계에 진입하는 첫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월 미국 AI 신약 개발 기업 리커전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국제 뇌졸중 콘퍼런스에서 AI로 개발한 신약이 뇌혈관 기형 환자의 뇌 병변을 절반 감소시켰다는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했다.

인실리코메디슨도 AI 플랫폼을 활용해 46일 만에 발굴한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 물질에 대한 임상 2상까지 마무리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AI 기반 생명공학 시장은 2024년 35억달러(약 5조1700억원)에서 2035년 227억달러(약 33조5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빅테크와 손잡고 AI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는 기업도 계속 늘고 있다. '위고비'로 유명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신약 개발부터 제조 및 상업 운영까지 사업 전반에 AI를 도입하기 위해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점유율을 다시 늘리기 위한 돌파구를 AI 신약 개발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라이릴리는 지난달 인실리코메디슨과 약 4조원 규모의 경구형 신약 후보 물질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인실리코메디슨이 개발한 신약 후보 물질을 일라이릴리가 제조·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일라이릴리는 또한 현재 엔비디아와 협력해 AI 공동 혁신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로슈 역시 지난 3월 엔비디아와 손을 잡고 AI 공장을 열었다. AI로 신약을 설계, 개발할 뿐 아니라 제조·상업화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