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전장에서 수천㎞ 떨어진 곳에서 기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시스템 통합 및 지속 가능성 연구소(CSIS) 연구진은 위성을 이용해 농경지 손실을 정량화하고 이를 분석해 지역 간, 이웃 국가 간, 그리고 먼 거리에 있는 지역 간의 연결성을 분석한 결과를 20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지구 및 환경(Communication Earth & Environment)’에 이날 게재됐다.
앞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전쟁으로 2022년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인구가 1300만 명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참고로 우크라이나에서 2021년 줄어든 겨울 곡물 생산량은 성인 7600만명의 열량을 1년 동안 채울 수 있는 양이었다. 전 세계 곡창지대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에서 3년 가까이 이어진 전쟁은 곡물 재배지 파괴와 노동력의 대규모 유출을 초래했다. 이어 밀, 보리, 귀리를 포함한 주요 곡물의 생산과 수출이 중단되며 세계 식량 공급망이 흔들렸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의 곡물 생산 손실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들에 더욱 심각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나라는 시에라리온과 콩고민주공화국, 소말리아와 같은 아프리카의 저소득 국가와 유럽의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벨라루스 같은 나라였다. 이들 국가는 높은 식량 가격과 공급 부족에 대처할 자원이 부족했다.
류 지안궈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한 지역의 사건이 수천㎞ 떨어진 곳에서 식량 불안을 야기하는 세계의 상호 연결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미국, 캐나다, 호주와 같은 주요 곡물 수출국이 우크라이나의 공백을 일부 메웠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주요 수출국에서 농경지 확대로 인한 생물다양성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 지아 난 박사과정생은 “이번 연구는 글로벌 식량 시스템의 숨겨진 취약성을 드러내며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며 “국제기구와 정책 결정자들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취약 국가의 지역 생산을 강화하고, 미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2024), DOI: https://doi.org/10.1038/s43247-024-019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