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상 한양대 교수가 최근 에너지 탐사 분야에서 나타난 심해 시추 트렌드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2000년 이후 발견된 유전 중 70% 이상은 심해 유전으로 확인됐다./부산=이신혜 기자

심해 유전 개발로 인해 글로벌 석유 생산 지형이 바뀌고 있다. 이전에는 석유가 나지 않았던 나라가 산유국 반열에 새롭게 오르기도 하고, 일부 지역에 국한됐던 유전 개발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전체 화석연료 생산량의 6%를 차지하는 심해 유전 생산량도 2030년 2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근상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세계지질과학총회(IGC)’ 동해 울릉분지 탐사 특별세션에서 “2000년 이후 발견되는 해양 유전 중 70%는 심해에 있고, 최근에는 수심 3000m까지 시추가 가능해지고 있다”며 “심해 시추는 탄소 배출량도 더 적어 에너지 문제 해결에 큰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주관으로 열린 이번 특별세션에서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대왕고래 유망구조’ 탐사 시추에 필요한 기술 연구 성과와 국제 트렌드를 공유했다. 대왕고래 지역은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친 지역으로, 구체적인 위치는 보안사항이다. 대왕고래 유망구조는 수심 1219m 아래 심해에 있다.

이 교수는 전 세계 심해 유전의 개발 현황과 이로 인한 석유 생산량의 증가량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면서 요구되는 화석 연료의 양도 증가했다”며 “셰일가스, 심해 유전의 개발이 이 같은 수요를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화석연료 탐사 및 생산(E&P)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까지 개발된 심해 유전은 1300곳에 달한다. 전 세계 심해 유전에서 생산되는 화석연료는 매일 1000만배럴 수준이다. 전체 에너지 생산량의 6%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 교수는 “심해 유전의 일일 생산량은 2030년까지 꾸준히 늘 전망”이라며 “예상되는 규모는 일일 1700만 배럴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화석연료 생산이 예정돼 있는 심해 유전도 줄지어 대기 중이다. 아프리카 남서부에 있는 나마비아는 최근 인근 해상에서 심해 유전이 발견되면서 석유 생산을 시작할 전망이다. 이 교수는 “나마비아 유전은 수심 800m 깊이에 있고, 2027년부터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망했다.

최근 심해 유전 개발이 시작되면서 석유 기업들의 투자도 늘고 있다. 이 교수는 “글로벌 석유 기업들의 자본 지출이 2014년 최고치를 찍고 감소하다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심해 탐사 추세와 매우 닮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심해 시추 성공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점으로 비용 절감을 강조했다. 그는 “심해 개발 비용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프로젝트의 단순화”라며 “이를 통해 비용을 60%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심해 시추는 천해(얕은 바다)보다 탐사에 드는 비용이 훨씬 많고, 불확실성과 위험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며 “동해 울릉분지 개발도 비용을 줄이고 한국 바다 환경에 맞는 합리적인 기술 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