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세계지질과학총회(IGC)' 동해 울릉분지 탐사 특별세션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대왕고래에 대한 패널 토론을 펼쳤다. 이날 토론에서는 대왕구조에 석유 존재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왔다./부산=이신혜 기자

국내외 석유 시추 전문가들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쳐 있는 대왕고래 유망구조에 ‘저류층’이 있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탐사 시추가 성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저류층은 땅 속에 석유나 가스가 오랜 시간에 걸쳐 쌓여 있는 구조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탐사 시추를 한두 번 실패하더라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곽원준 한국석유공사 E&P/에너지사업본부장은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세계지질과학총회(IGC)’ 동해 울릉분지 탐사 특별세션에서 “동해 퇴적층인 ‘주작층’에서 양질의 사암층의 존재가 확인됐다”며 “주작층은 대왕고래 유망구조와 동일한 시대에 만들어진 만큼, 대왕고래에 사암층이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작층은 홍게층, 방어층과 함께 이미 시추가 이뤄진 울릉분지 지역이다.

저류층은 사암층으로 이뤄져 있다. 그 둘레로 이암층이 둘러싸고 있다. 석유와 가스가 사암층으로 스며들며 쌓인다. 곽 본부장은 “울릉분지에 있는 주작층에서 114m 두께 사암층이 확인됐다”며 “사암층 내부 빈 공간의 비율(공극률)이 20%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시추 코어 분석 결과를 발표한 이현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에너지연구센터장도 홍게층에서 이암층과 사암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홍게층에서 확인된 사암층의 공극률은 17%로 석유와 가스가 저장되는 데 아주 유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저류층은 해양 시추의 성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대왕고래에 양질의 저류층이 있다면 이번 탐사시추가 성공할 가능성도 덩달아 커진다. 유인창 경북대 명예교수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성공하느냐 여부도 저류층의 질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전문가들이 꾸준히 시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종세 한국해양대 교수는 “한국이 동해 울릉분지를 오랫동안 탐사해온 만큼 성공 가능성도 높아졌다”며 “이번 탐사는 한국이 심해 시추 기술 노하우를 쌓는다는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곽원준 본부장도 “과거에는 한두 번 시추해보고 실패하면 지원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석유를 찾을 때까지 꾸준히 시추하며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방선택 SK어스온 부사장은 “SK는 브라질 심해 광구 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지난 40년간 석유 탐사, 시추 사업을 진행해왔다”며 “선대 회장이 심해 탐사에 대해 실패를 묻지 말라며 계속 도전할 수 있게 해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해외 전문가들도 이번 한국의 심해 시추 시도에 관심을 보였다. 게리 파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명예교수는 “한국은 퇴적층의 위치를 예측하는 코어 모델링 기술을 아주 잘 활용한다”며 “이 기술은 시추 환경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퇴적층 연구와 관련해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는 국가인 만큼 학계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야 한다”며 “이런 강점을 잘 활용하면 석유 탐사 분야에서 한국이 더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