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학술계가 가짜 논문과 동료 심사 사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올해 연구 논문 철회 건수는 1만 건을 넘어서면서 연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출판 데이터를 색인화하는 ‘크로스레프(Crossref)’에 지금까지 쌓인 철회 데이터 4만 5000건과 대형 출판사 와일리의 자회사인 ‘힌다위’ 등의 학술 출판사의 철회 사례 5000건을 합쳐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네이처의 분석에 따르면 연간 출판된 논문 중 철회되는 논문의 비율인 ‘철회율’이 지난 10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년 동안 10만개 이상 논문을 출판한 국가들을 추려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1만개당 30개로 철회율이 가장 높았다. 이 수치는 콘퍼런스 발표용으로 간소하게 제출되는 콘퍼런스 논문의 철회를 제외한 수치다. 네이처는 콘퍼런스 논문을 포함하면 중국이 상위권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외에 파키스탄, 러시아 등도 높은 철회율을 보였다.
올해 논문 철회의 대부분은 출판사 와일리의 자회사인 ‘힌다위’가 소유한 학술지에서 나왔다. 전체 철회 건수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콘퍼런스 논문의 경우에는 미국 뉴욕에 위치한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의 철회 건수가 지난 20년 동안 1만 건으로 가장 많았다.
네이처는 힌다위의 학술지와 IEEE에서 철회된 논문 대부분은 일명 ‘가짜 논문’이라고 분석했다. 가짜 논문은 의도적으로 표절 탐지기를 피하기 위한 이상한 문구나 인용 사기, 표절, 공개되지 않은 인공지능(AI) 사용 등 출판 기준에 맞지 않는 논문을 말한다. 네이처는 가짜 논문이나 저작권을 판매하는 ‘논문 공장’이 기승하면서 수십만 건의 가짜 논문이 학술지에 실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연구 무결성을 살피는 뉴질랜드의 한 전문가는 네이처에 “논문 공장의 제품들은 아무도 읽지 않더라도 문제가 된다”며 “다른 논문들과 함께 심사받은 논문들로 집계되고, 주류 문헌으로 세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욤 카바낙 프랑스 툴루즈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역시 “힌다위의 철회 논문은 대부분 가짜 논문이었을 수도 있지만, 여전히 3만 5000번 이상 인용됐다”며 “문제가 있는 논문들이 인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Nature(2023),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3-039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