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구도 줄어드는 와중에, 학생들은 더욱 수도권이나 서울로 몰려들어 지방은 괴멸위기에 빠지고 말았습니다.이대로 가면 포스텍의 위상도 더욱 위태로워질게 뻔한데 (실제로 서카포에서 포를 제외시키자는 의견도 나오더군요)포스텍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울까요? 이대로 포스텍은 몰락하게 될까요?이공계 대학 정보사이트 '김박사넷'에 지난 11월 7일 올라온 글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 QS는 지난 6월 ‘2024 세계대학평가’를 발표했다. QS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대학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세계 순위다. 웬만하면 국내 대학간 순위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6월에 발표된 순위에서는 지각변동이 있었다. 포스텍이 1년 만에 3위의 자리를 내놓고 두 단계 아래인 5위로 하락한 것이다. 국내 대학끼리 순위만 보면 큰 차이가 뭐냐는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매년 엎치락뒤치락 순위변동이 치열한 100위권 이내 세계 순위를 보면 금방 이해가 가능하다.
서울대가 세계에서 41위로 국내 대학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올랐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56위로 뒤를 이었다. 이보다 한해 전인 2023 세계대학평가에서는 포스텍은 두 대학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발표에서는 연세대(76위)와 고려대(79위)가 나란히 3위와 4위를 차지하며 포스텍을 밀어냈다.
포스텍의 세계 순위는 지난해 같은 평가에서 세계 71위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100위로 떨어지면서 1년 만에 세계에서 29계단 수직 하락했다.
포스텍의 이런 급격한 순위 하락에는 QS가 새롭게 반영한 지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QS는 올해부터 국제연구네트워크, 지속가능성, 취업 성과라는 세 가지 지표를 평가에 추가로 반영했다. 벤 소터 QS 부사장은 “국제적 추세와 학생들의 관심도에 대한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포스텍은 올해 추가된 이들 지표에서 모두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국제연구네트워크에서 받은 점수는 단 1.3점에 그친다. 지속가능성은 16.9점, 취업 성과는 13.4점에 불과하다. 모두 100점 만점인 항목이다. 기존 지표에서도 학계 평판도는 51.6점, 학생 평판도 75.9점을 받아 국내 최고의 사립 연구중심대학이라는 명성이란 평가가 무색한 점수를 받았다.
반면 포스텍의 과거 경쟁자이던 서울대와 KAIST는 국제연구네트워크에서 각각 25점과 10.6점을 받으며 비교적 선방했다. 사립대인 연세대와 고려대도 이 분야에서 각각 25점, 19.6점을 받았다. 지속가능성에서 KAIST가 14.2점을 받은 것을 빼고 모든 지표에서 포스텍은 경쟁 대학에 밀렸다.
국내 최대 대학원생 커뮤니티 ‘김박사넷’에 올라온 어느 대학원생의 글에서처럼 포스텍이 위기라는 말은 최근 수년간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1986년 국내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문을 연 포스텍은 모기업인 포스코의 풍부한 지원을 바탕으로 짧은 기간에 연구에 집중하는 대학으로 자리잡았다. 이공계 계열 학생들 사이에서는 서울대와 포스텍, KAIST를 묶어 ‘서포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다. 서울대, KAIST와 함께 포스텍이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불리던 때다.
포스텍은 실제로 1994년 국내에서 처음 조사한 대학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열악했던 국내 대학 교육에서 포스텍이 갖는 위상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달은 포스텍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명성을 쌓았다. 홍콩 언론 아시아위크는 1988년 ‘아시아 최고 과학기술대’로 포스텍을 소개할 정도였다.
하지만 포스텍 안팎에선 이런 말들은 모두 과거의 영광일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박사넷에 올라온 글에서 알 수 있듯 포스텍에 대한 안팎의 평가는 예전과 같지 않다. KAIST뿐 아니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같은 후발 주자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앞세워 포스텍을 위협하고 있고, 연세대와 고려대처럼 서울에 캠퍼스를 둔 학교에 인재가 몰리면서 포스텍은 핵심 인력을 뺏기고 있다. 이제는 ‘서포카’가 아니라 연세대와 고려대에 포스텍을 묶는 ‘연고포’라는 말이 더 많이 회자될 정도다.
포스텍의 추락하는 위상은 국내 연구중심대학과 이공계 교육 시스템에 나타난 문제점을 반영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포스텍의 경쟁력 악화는 해외 평가기관의 세계대학평가까지 확인할 필요도 없다. 대학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포스텍을 떠난 학생은 36명으로 ‘중도탈락 학생 비율’은 2.15%에 이른다. 2019년 0.53%이던 것과 비교해 4년 만에 4배가량 급증한 수치다.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던 대학원도 이제는 다른 지방대들처럼 학생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 포스텍 대학원의 학생 충원율은 70.4%에 머무는데, 이는 2019년 79.1%이던 것과 비교하면 10% 가까이 내려앉은 것이다. 포스텍에서 대학원을 다니다가 서울권의 대학으로 옮긴 한 대학원생은 “예전에는 등록금 지원이 큰 장점이지만 이제는 생활여건이나 졸업 이후의 취업 가능성을 더 따지게 된다”며 “포스텍은 포항 안에서도 외딴 곳에 떨어져 있다보니 솔직히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 자체가 적다보니 학생들이 선뜻 선택하는 데 주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수한 학생들이 포스텍을 외면하면서 연구 품질도 떨어지고 있다. 포스텍의 지난해 국제 기준 논문 실적은 310.45편으로 KAIST(723.55편)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포스텍 측은 “교원 1인당 기준으로는 우리 대학이 1.093, KAIST가 1.080, UNIST가 1.001, DGIST가 0.821, GIST가 0.984로 포스텍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기준으로는 교원 1인당 논문 실적을 봐도 0.0689편으로 KAIST의 0.0886편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포스텍보다 뒤에 문을 연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도 각각 0.1077편과 0.0872편, 0.0977편임을 고려하면 국내 과학기술특성화대 중 최하위다.
포스텍은 지난 6월 김성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을 제9대 총장으로 선임한데 이어 최근 ‘글로컬대학’ 사업에 최종 선택되면서 떨어진 위상 만회에 나섰다. 글로컬대학은 교육부가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해 지방 거점 대학을 육성하는 사업이다. 포스텍은 교육부의 지원과 함께 포스코로부터도 2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포스텍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착안해 바이오·헬스케어, 친환경에너지를 비롯한 신산업 분야의 지역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퍼시픽밸리’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포스텍이 글로컬대학에 뛰어든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글로컬대학 사업은 죽어가는 지방대를 살리기 위해 시작한 사업인데 개교 때부터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포스텍이 스스로 지방대임을 인정해버린 셈이다.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모기업인 포스코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혁신 역량이 주춤한 게 아닌데도 엉뚱한 곳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