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우주에서 쥐 배아를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우주여행 시대가 가까워지며 우주에서의 임신과 출산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포유류의 번식 가능성을 처음 확인했다는 평가다.
일본 야마나시대학 와카야마 사야카 교수 연구진은 지난 26일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임신한 쥐에서 얻은 2세포 단계의 배아를 냉동시킨 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내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임신한 쥐로부터 2세포기 단계에 있던 배아를 추출해 얼렸다. 연구진은 또 우주에서 우주비행사가 배아를 쉽게 해동시키고 배양할 수 있도록 ‘ETC’라는 이름의 특별 장치를 개발했다.
이렇게 냉동된 쥐 배아는 지난 2021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사된 스페이스X 로켓에 실려 ISS로 보내졌다. ISS에 있던 우주비행사들은 ETC를 이용해 배아를 해동한 뒤 나흘간 배양했고, 배양된 배아를 화학적으로 보존해 귀환하는 우주선에 태워 지구로 돌려보냈다.
연구진이 냉동된 배아를 사용한 것은 이전에 살아있는 배아를 우주로 보낼 때 로켓이 발사되기까지 대기 시간이 길고 발사 과정에서 강한 진동과 과중력에 노출되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배아가 2세포기 단계에서 죽거나 발육이 중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배아가 배반포기로 발달하는 과정에서 세균에 오염되기도 했다.
우주비행사들은 ISS에 머물며 이런 다양한 제약을 이겨내고 배아를 배반포기로 만들어 지구로 돌려보내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배반포기는 하나의 세포로 시작된 수정란이 세포 분열을 통해 여러 개의 세포로 이뤄지는 시기를 말한다. 보통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한 지 4~5일 지나면 배반포기가 된다. 이때 배아줄기세포가 생겨나 여러 장기와 조직으로 자란다.
연구진은 지구로 반환된 배아를 연구한 결과 중력이 포유류 배아의 초기 분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와카야마 교수는 “연구 결과 배아에서 방사선 노출로 인한 DNA 손상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면서 “태아와 태반의 기초를 형성하는 두 그룹의 세포 분화를 포함해 정상적인 구조적 발달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와카야마 교수는 또 “이 연구 전에는 중력에 미세한 변화가 생기면 배아가 두 가지 다른 세포 유형으로 분리되는 과정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여겨져서 해당 연구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이번 결과는 포유류가 우주에서 번성할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우주에서의 성관계와 임신, 출산은 우주 연구자들의 해묵은 연구 과제다. 최근에는 각 나라의 유인 우주 탐사가 활발해지고 장기 체류하는 우주인들이 늘면서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옛 소련에선 우주선이 우주를 비행하는 동안 생쥐들이 교미하도록 하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지구로 돌아온 뒤 새끼를 낳은 생쥐는 없었다. 중국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영장류의 우주 번식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은 우주정거장에서 몸집이 작은 마카크원숭이의 임신과 출산을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참고 자료
iScience(2023), DOI: https://doi.org/10.1016/j.isci.2023.108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