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낼 돈이 없어 대형 국가연구장비시설이 가동을 단축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17일 과학기술계와 포항가속기연구소에 따르면, 포항가속기연구소가 오는 20일로 예정된 3차 빔타임(가동시간)을 11월 28일로 연기했다. 당초 3차 빔타임은 20일부터 12월 28일까지 두 달 정도 예정돼 있었지만, 당초 계획보다 반 이상 줄어들어 11월 28일에 시작되는 것으로 계획이 조정됐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1994년부터 3~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가동하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킨 뒤에 발생하는 빛을 이용해 원자와 분자 단위의 이미지를 촬영하는 장비다. 부품소재와 신약 개발 등 첨단산업의 원천기술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연구장비다.
원병묵 성균관대 교수는 “방사광가속기는 최첨단 광원으로 여기에서 나오는 고품질의 광원을 활용해 다른 광원에서는 할 수 없는 최첨단 분석을 수행할 수 있다”며 “국내 우수 연구팀이 포항방사광가속기 35개 빔라인에서 한 달 동안 얻을 수 있는 모든 연구 성과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항가속기연구소가 빔타임을 연기한 것은 전기료 부담 때문으로 전해진다. 방사광가속기를 돌리는 데는 많은 전기가 필요한데 올해 들어 전기료가 오르면서 대형 연구장비를 가동하는 연구기관의 전기료 부담이 크게 늘었다. 포항공대(포스텍) 소속인 덕분에 포항가속기연구소에는 교육용 전기요금이 적용되는데 작년과 비교해 전력량요금이 20~30% 정도 올랐다.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대략 30억원 정도 전기료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배정된 예산보다 전기료를 더 많이 내야하는 상황에서 연구장비 가동을 중단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대용량데이터허브센터(GSDC)도 전기료 부담 탓에 서비스를 축소한 바 있다. GSDC는 교육용이 아닌 산업용 전기요금이 적용된다. GSDC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방사광가속기 등 대용량 실험데이터를 저장·분석하는 장비다. GSDC에 이어 방사광가속기까지 전기료 인상의 불똥이 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