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에 처음으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삭감된 가운데, 융합연구사업 예산은 올해보다 약 35%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융합연구사업은 출연연 간 학문·기술 경계를 허물고 융합연구생태계 기반을 조성하는 선도 사업으로 평가돼 왔다.
8일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내년 정부 예산안에 융합연구사업 예산은 530억원 반영됐다. 이는 올해(820억원)보다 약 290억원 삭감된 규모다.
NST는 25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통합 지원기관이다. 2022년 NST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융합연구사업은 1565억 원에 달하는 면역치료 기술이전 계약에 성공하는 등 성과를 냈다. 지난해 산학연 참여 인력만 3만여명에 달했다.
출연연 융합연구 과제는 과기정통부의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지난해까지 16건이 최우수·우수 과제로 선정됐다. 대표 성과로는 이차전지 핵심기술 개발,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 인공지능플랫폼 기술 개발 등이 꼽힌다. 논문은 연평균 약 304건이 게재되고 있으며 공동논문은 2015년 10%에서 2020년 30%로 늘었다.
사업별로 국가·사회·대형기술 현안 해결과 기술 초격차 해소를 목표로 하는 '융합연구단' 사업 예산은 431억원에서 328억원으로 24% 줄었다. 도전적·창의적 연구를 지원하는 '창의형 융합연구'사업 예산은 316억원에서 172억원으로 45.5% 삭감됐다. 주제발굴, 기획, 사업화 지원 등을 위한 '선행융합연구' 사업 예산은 74억원에서 31억원으로 58.1% 줄었다. 신규과제 지원 예산은 편성도 되지 않았다.
정필모 의원은 "융합연구사업은 출연연의 연구 경쟁력을 높이고 산학연 협력을 통해 우수한 성과를 내는 사업인데도, 과기정통부가 출연연 융합연구에 더 많은 지원을 쏟기는커녕 후퇴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과기부는 국내외 산학연 협력·혁신 명목으로 (가칭) 글로벌TOP전략연구단 지원사업(글로벌전략연구단사업)을 융합연구 내역 사업으로 신규 편성했다. 해당 사업 예산은 1000억원에 달한다. 정 의원은 "과기정통부는 기존 융합연구사업 예산을 삭감하고 그 대신 본 사업과 관련 없는 글로벌전략연구단사업에 1000억원이나 졸속 편성한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