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물리, 화학, 생명과학 등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내 기초과학 관련 학회의 모임인 ‘기초과학 학회협의체(기과협)’는 25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정부가 혁신의 필요성으로 제시한 R&D 카르텔과 나눠먹기는 구체적인 예시가 없는 상황에서 실체를 알 수 없다”며 “R&D 예산 규모의 확대에 따른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정부 총지출이 증가했음에도 유독 R&D 예산만 큰 폭으로 삭감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삭감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기과협에는 대한수학회, 대한물리학회, 대한화학회, 한국지구과학연합회, 한국생물과학회, 한국통계학회가 소속돼 있다. 이날 성명에는 기과협 소속은 아니지만 전국대학 기초과학연구소 연합회와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도 참여했다.

기과협은 정부의 R&D 제도 개편과 내년도 예산 삭감을 다섯 가지 항목으로 조목조목 비판했다. 기과협은 “심각한 재정적 위기를 겪으면서도 R&D 투자를 계속 늘려온 것은 과학기술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며 미래라는 굳건한 믿음에 기반한 것”이라며 “이번 정부 발표로 인해 정부와 과학기술계 사이의 신뢰가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기과협은 “정부는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온 과학기술 성과를 폄하하고, 극소수 연구자의 부적절한 사례를 일반화해 모든 과학기술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며 “기초과학 연구자가 자긍심을 가지고 과학연구에 매진할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세우는 신진연구자 지원 강화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기과협은 “제도 변경과 예산 삭감의 최대 피해자가 이공계 대학원생과 포스닥 등 학문후속세대가 될 것”이라며 “해외로의 인재 유출이 심각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과협은 또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이 향후 회복하지 못할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과학기술 패권 경쟁에서 인재 양성만이 유일한 희망인 우리에게는 치명타가 될 것”이라며 “졸속으로 추진된 정부 R&D 제도혁신 방안과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 조정을 원점에서 재고하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1일에는 기초과학 분야 학회들의 모임인 기초연구연합도 정부의 R&D 제도 개편과 예산 삭감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