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공장 굴뚝에서 매연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뉴스1

170여년 전 산업화가 시작된 이후 지구 온도가 1도 이상 치솟으며 각종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과학기술계에서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는 가운데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게 쉽지 않다면 대기 중의 탄소를 포집해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자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CCUS가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별다른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았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26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이러한 내용이 담긴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에는 CCUS를 활용했을 때 ‘해들리 순환’이 어떻게 반응할지 시뮬레이션한 결과가 담겼다.

해들리 순환이란 적도에서 열을 받아 뜨거워진 공기가 상승해 고위도로 이동하다가 중위도 지역에서 다시 차가워지며 하강하는 대기 순환 현상을 뜻한다. 영국 기상학자 조지 해들리가 가장 먼저 체계화한 이 현상은 위도 0~30도 지역에서 주로 발생해왔다.

최근 지구 온도가 빠르게 오르면서 해들리 순환이 발생하는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적도에 있던 공기는 평소보다 더 많은 열을 받으면서 위도 30도 넘어까지 상승한다. 이는 반대로 고위도에서 적도를 향해 내려가는 하강기류 영향 또한 더 넓은 지역에 미친다는 걸 의미한다.

문제는 하강기류가 가뭄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란 점이다. 고위도에서 저위도로 내려온 대기는 상대적으로 높은 기압의 영향을 받아 압축되며 따뜻해진다. 그 결과 대기 속 상대습도가 낮아지고 수증기양이 줄어든 끝에 가뭄이 발생한다. 요컨데 지구온난화가 해들리 순환 범위를 확장시키면서 더 많은 지역이 가뭄 피해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나온 기술이 CCUS다. CCUS는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는 물론 산업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까지 모아서 저장하거나 다른 유용한 물질로 바꿔 활용하는 기술이다. 한국은 2032년까지 매년 1030만t의 이산화탄소를 모아 저장·활용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 2021년부터 3조4000억원을 들여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다른 국가들 역시 CCUS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손 교수 연구팀은 CCUS에 들인 노력 대비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지역사회 지구 시스템 모델 1.2.2′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2140년까지 매년 1%씩 늘었다가 2280년까지 다시 1%씩 감소하는 상황에서 해들리 순환 범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계산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140년까지 매년 1%씩 늘었다가 2280년까지 다시 매년 1%씩 줄어들 경우 남반구(SH)와 북반구(NH)에서 해들리 순환(HC edge) 범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나타낸 표. 남반구는 해들리 순환 범위가 정상 수준을 2500년까지 웃도는 반면 북반구에서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줄어들고 70년 정도 만에 해들리 순환 범위가 정상 수준을 회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왼쪽은 남반구에서

그 결과 해들리 순환 범위가 이산화탄소 농도에 영향을 받는 수준이 남반구(South Hemisphere·SH)와 북반구(North Hemisphere·NH)에서 각각 다르게 나타났다. 남반구의 해들리 순환 범위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줄기 시작한 2140년 이후 일정하게 줄어들며 안정세를 회복했다.

반면 북반구에서는 해들리 순환 범위가 남반구에 비해 크게 요동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손 교수는 “해들리 순환 범위가 심한 오르내림을 보인다는 건 기후가 불안정해지면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비대칭적인 반응을 보이는 원인을 바람과 바다에서 찾았다. 짧은 거리에 걸쳐 풍속이나 풍향이 급격하게 변하는 ‘윈드 시어’ 현상과 더불어 남반구와 북반구의 해수면 온도 차이, 해류와 같은 요인들로 인해 두 지역에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똑같이 줄어도 그 영향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와 바닷물 온도 변화는 쉽고 단순하게 1대 1로 떨어지는 게 아니다”라며 “시뮬레이션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떨어진 뒤에 오히려 적도 해수면 온도는 더 올라가고 중위도 해수면 온도는 더 떨어지며 환경이 더욱 극단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손 교수는 “때문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연구가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는 데만 집중하고 있는 건 문제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CCUS를 비롯한 여러 방법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는 게 기상이변을 돌이킬 ‘만병통치약’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도 논문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인다고 해들리 순환 확장으로 인한 가뭄을 100% 해결한다 보장할 수는 없다”고 썼다. 때문에 탄소중립을 위해 단순히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는 걸 넘어 여러가지 기후 현상을 파악해 종합적인 대책을 짜야 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