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망둥어((Periophthalmodon septemradiatus)./Thomas A. Stewart

갯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망둥어(mudskipper)는 다른 물고기에는 없는 특기가 있다. 바로 사람처럼 눈을 깜빡이는 능력이다. 네발동물이 바다에서 육지로 나오는 데 망둥어와 같은 윙크 능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토머스 스튜어트(Thomas Stewart) 교수 연구진은 25일 국제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망둥어가 눈을 깜빡이는 능력은 육지 생활에 맞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했다”고 밝혔다.

망둥어가 바닥에 몸을 굴리면서 눈을 깜빡이는 모습. 눈동자를 촉촉하게 하기 위한 행동이다./Brett Aiello

인간이나 동물이 눈을 깜빡이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눈을 촉촉하게 하고, 이물질이 들어오거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막는다. 하지만 눈을 깜빡이는 데 필요한 조직은 모두 화석으로 남지 않는 부드러운 형태여서 진화 과정을 연구하기가 어려웠다. 망둥어는 포유류와 조류, 양서류와 3억7500만년 전에 갈라져 따로 진화했다.

연구진은 대신 실험을 통해 망둥어 역시 인간과 같은 목적으로 눈을 깜빡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먼저 실험실의 습도를 조절해 망둥어가 수분이 빨리 마르는 상황에 놓이면 눈을 더 자주 깜박이는 것을 확인했다. 또 갑각류의 작은 알을 망둥어 눈에 떨어뜨리면 바로 눈을 깜빡여 이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부드러운 탐침으로 눈을 자극해도 마찬가지였다. 망둥어가 눈을 깜빡이는 데 걸리는 시간도 사람과 거의 같았다.

망둥어가 사람과 같은 목적으로 눈을 깜빡이지만, 눈 구조는 크게 달랐다. 논문 제1 저자인 브렛 아에엘로(Brett Aiello) 세턴 힐대 생물학과 교수는 “사람과 달리 망둥어는 기존의 근육을 재배치해서 눈을 깜빡일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망둥어는 눈이 개구리처럼 튀어나와 있다. 눈을 깜빡일 때면 눈을 순각적으로 수축해 눈구멍 안으로 넣는다. 눈동자를 잡아당기는 근육은 다른 물고기에도 있는 근육이었다.

망둥어는 평소 눈이 툭 튀어나와 있다가(왼쪽) 필요하면 눈을 수축하고 얇은 막을 위로 올려 감을 수 있다./PNAS

연구진은 모습이 비슷한 물고기인 둥근 고비(round goby)와 비교해 망둥어가 조기강(條鰭綱)에 속하는 어류들이 모두 갖고 있는 근육을 재배치해서 눈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조기는 지느러미(鰭)의 피부조직을 줄(條)처럼 가시들이 빗살모양으로 지탱한다는 의미다. 망둥어가 눈을 수축하면 눈꺼풀처럼 아래에서 얇은 막이 올라와 덮었다. 이 조직은 다른 물고기에는 없었다.

눈물도 주어진 조건에서 만들어냈다. 사람이 눈을 깜빡이면 눈물샘에서 눈물이 나와 눈동자를 덮는다. 하지만 망둥어에는 눈물샘이 없다. 망둥어는 눈을 깜빡이면서 몸을 뒤틀어 피부의 점액과 갯벌의 물을 눈에 공급했다. 이를 통해 눈에 눈물막을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눈을 깜빡일 수 있는 능력은 망둥어와 초기 네발동물에 모두 육지생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진화했다”고 밝혔다. 망둥어가 바다에서 육지로 나온 동물의 진화과정을 연구하는 데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앞서 조지아 공대 연구진은 지난 2016년 사이언스에 처음 바다에서 육지로 나온 물고기가 오늘날 망둥어처럼 꼬리를 목발처럼 이용해 땅을 이동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3억6000만년 전 살았던 초기 네발동물인 이크티오스테가(Ichthyostega) 화석과 망둥어를 비교 연구했다. 또 네발로 움직이는 로봇을 통해 꼬리의 역할을 확인했다.

망둥어 눈의 근육을 보여주는 컴퓨터 그래픽 영상./Thomas Stewart

참고자료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2023), DOI: https://doi.org/10.1073/pnas.2220404120

Science(2016),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af0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