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처럼 생긴 기생충이 벌이나 파리 몸에서 자란다. 어떻게 땅에서 기는 기생충이 날아다니는 벌이나 파리에 들러붙었을까. 놀랍게도 기생충은 유도미사일처럼 곤충에게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메인대의 빅터 오르테가-히메네스(Victor M. Ortega-Jimenez) 교수 연구진은 지난 6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 물리학회에서 “벌과 파리에 기생하는 곤충병원선충(학명 Steinernema carpocapsae)이 정전기를 이용해 하늘로 뛰어올라 곤충에 들러붙는다”고 발표했다.
◇정전기 힘으로 곤충과 결합
곤충병원선충은 몸길이가 1㎜ 정도에 불과하지만 강력한 점프력을 갖고 있다. 머리 위로 파리가 날아가면 순식간에 몸을 공중으로 날려 들러붙는다. 심지어 체조선수처럼 공중에서 몸을 돌려 항상 머리가 먼저 몸통에 붙을 수 있도록 한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선충의 근육이 어떻게 점프력을 뒷받침하는지 연구했다. 반면 오르테가-히메네스 교수는 선충이 근육보다 전기의 힘으로 파리로 날아가 들러붙는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두 물체가 마찰하면 전자가 이동한다. 이러면 한쪽은 (+)전기, 다른 쪽은 (-)전기를 띤다. 이로 인해 전압 차가 발생한다. 정전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벌이나 파리가 공중에서 날개를 움직이면 공기 입자와의 마찰로 역시 정전기가 생긴다. 공중으로 뛰어오른 선충은 정전기에 이끌려 곤충의 몸에 달라붙는다. 풍선을 옷에 문지르고 머리에 대면 머리카락이 일어서는 현상과 같다.
연구진은 죽은 파리를 핀에 꽂고 공중에 매달았다. 선충들은 파리가 날아가는 방향으로 도약했을 때만 몸통에 달라붙었다. 반면 파리 몸에 정전기를 발생시키자 선충이 어느 방향으로 뛰어올라도 모두 파리에 착지할 수 있었다. 마치 유도미사일이 목표를 찾아가듯 선충도 공중에서 방향을 틀어 파리로 날아갔다.
◇거미줄이 먹잇감 붙잡는 원리
오르테가-히메네스 교수는 전기장 지도를 통해 선충이 파리를 찾아 날아가는 능력이 정전기에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파리를 전기를 띤 먼지 입자들이 가득 찬 방에 매달았다. 파리 몸이 전기를 띠게 하면 풍선에 머리카락이 달라붙듯 먼지들이 파리로 향한다.
연구진은 공중으로 도약한 선충들이 먼지 입자들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경로를 잡는 것을 확인했다. 파리의 정전기가 선충을 끌어당긴 것이다. 오르테가-히메네스 교수는 “자연에서 곤충이 날면서 공기 입자에 날개를 마찰시키면 정전기가 쌓인다”며 “이번 실험은 파리에 전류를 흘려 자연조건을 모방했다”고 설명했다.
정전기로 먹잇감을 노리는 동물은 또 있다. 오르테가-히메네스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13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거미줄이 정전기의 힘으로 곤충을 끌어당긴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막 죽은 곤충이 전기를 띠게 하고 거미줄 앞에서 떨어뜨렸다.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했더니 거미줄과 곤충이 서로 끌어당겨 달라붙었다.
참고자료
American Physical Society, https://meetings.aps.org/Meeting/MAR23/Session/B08.1
Scientific Reports, DOI: https://doi.org/10.1038/srep0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