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유인 달 탐사에 나선 우주인이 손에서 달 먼지를 뿌리는 모습의 상상도. 장기 유인 탐사가 성공하려면 우주인과 장비에 치명적인 달 먼지를 제거하는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NASA

1972년 아폴로 17호 이래 중단됐던 달 유인(有人) 탐사가 반세기만에 다시 추진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오는 2025년 처음으로 여성 우주인과 유색인종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주립대 연구진이 아르테미스 달 탐사를 성공시킬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초대형 우주로켓도, 달 착륙선도 아니다. 바로 먼지떨이다. 과거 아폴로 달 탐사에서 우주복과 장비를 손상한 날카로운 달 먼지(moon dust)를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실물의 6분의 1 크기로 우주복을 착용한 인형에 액체질소 스프레이를 뿌려 달먼지를 제거하는 모습./미 워싱턴 주립대

◇아폴로 우주인의 비염 유발한 달 먼지

워싱턴 주립대 기계재료공학과의 제이콥 리치먼 교수 연구진은 최근 우주개발 분야 국제 학술지인 ‘악타 아스트로노티카(Acta Astronautica)’에 “달처럼 진공 환경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새로 개발한 액체질소 스프레이가 우주복에 달라붙은 월면토(月面土) 모사체를 98%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개발된 달 먼지 제거 기술보다 뛰어난 성능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스프레이로 지난해 나사의 빅(BIG)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우승했다. BIG은 ‘획기적이고 혁신적이며 판도를 바꿀(Breakthrough, Innovative and Game-changing)’의 영어 약자이다.

나사가 달 먼지 제거 스프레이를 판도를 바꿀 기술로 평가한 것은 달 먼지가 치명적인 물질이기 때문이다. 달은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에 불과해 대기가 거의 없다. 태양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들이 아무런 방해 없이 쏟아진다. 이로 인해 달의 먼지는 강력한 정전기를 띤다. 지구의 흙은 대기와 마찰로 둥글게 닳지만, 달은 대기가 없어 사방이 뾰족한 형태다. 탐사 장비나 우주복에 달라붙으면 심각한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1972년 아폴로 17호의 우주인 해리슨 슈미트가 달에서 토양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그의 우주복은 온통 달 먼지로 덮여 있다. 슈미트는 달 먼지가 목에 들어가 비염 증상까지 겪었다./NASA

지금 이대로 달에 가면 지름이 0.02㎜ 정도인 미세먼지가 유리섬유처럼 단단하고 표면이 날카로운 상태로 정전기를 띠고 우주복과 장비에 들러붙는다. 자칫 목에 들어가면 지구에서 석탄을 캐는 광부들이 걸리는 진폐증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아폴로 17호에 탑승했던 해리슨 슈미트를 포함해 우주인 12명이 달에서 목이 따갑고 코가 막히는 증상을 겪었다.

◇프라이팬 위에서 튀는 물방울 응용

일회성 탐사에 그친 아폴로 프로그램과 달리 아르테미스 탐사는 달 기지에 우주인을 상주시키고 화성 탐사의 전초기지로 만드는 중장기 임무이다. 아폴로 우주인들은 임시방편으로 동료의 우주복에 붙은 먼지를 솔로 쓸어내며 임무를 했지만, 중장기 달 탐사는 그 정도 방법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나사가 달 먼지떨이 기술 개발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이유이다.

워싱턴 주립대 연구진은 이른바 ‘라이덴프로스트 효과(Leidenfrost effect)’란 물리 현상을 응응했다. 독일 의사인 요한 고틀럽 라이덴프로스트는 1756년 저서에서 액체가 끓는점보다 더 뜨거운 부분과 접촉하면 빠르게 끓으면서 증기로 이뤄진 단열층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달 먼지가 덮여 있는 표면에 액체질소를 분사한 모습. 표면에 기체 상태의 질소층이 생기면 달 먼지를 위로 띄워 표면에서 떨어뜨린다./미 워싱턴 주립대

간단하게 달궈진 프라이팬에 물을 떨어뜨리면 동그란 물방울들이 통통 튀는 모습을 생각하면 된다. 물이 프라이팬에 닿는 순간 기화되면서 열전달을 막는 수증기층을 형성한다. 그 위에 있는 물은 이런 단열 효과 덕분에 물방울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질소의 끓는점은 섭씨 영하 196도이다. 달은 그보다 기온이 높다. 따라서 우주복이나 장비에 액체 질소를 뿌리면 달궈진 프라이팬에 물을 뿌린 것처럼 기화된 질소가 달 먼지를 위로 띄워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액체질소 스프레이는 달처럼 진공인 환경에서 더 잘 작동했다고 밝혔다.

◇달 먼지 제거용 전기빔, 코팅 기술도 개발

달 먼지떨이 기술은 다양하게 개발됐다.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 캠퍼스 연구진은 지난 2020년 (-)전기를 띤 저에너지 입자들을 뿜어내는 전자빔 장치를 개발했다. 진공 용기 안에서 달 먼지 모사 물질로 코팅한 표면에 전자빔을 쏘자 75~85%를 제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전자빔이 먼지와 부딪히면 표면에 (-)전기가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이러면 먼지 입자들이 (+)전기와 (-)전기를 띠고 서로 밀어내기 시작한다. 마치 같은 극의 자석들이 서로 밀어내는 원리와 같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지반열진공챔버. 달 복제토가 채워져 있고 표면에 달 탐사 로버가 있다. 달처럼 진공 상태에서 복제토에 정전기를 유발해 로버가 달 먼지에 견딜 수 있는지 실험할 수 있다./조선DB

나사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연구진은 달 먼지가 달라붙지 못하도록 우주복을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당초 연구진은 우주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전기가 축적되지 못하도록 하는 코팅제를 개발했다. 페인트 입자 표면에 기체 상태의 물질을 쏘아 전기를 분산시키는 인듐주석산화물 박막을 만들었다. 이 페인트를 우주 장비에 바르면 전기가 축적되지 않는다. 같은 원리로 전기를 띤 달 먼지도 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달 먼지 제거 기술을 검증할 인프라가 마련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달 복제토가 들어간 대형 실험장비인 지반열진공챔버를 갖추고 있다. 높이 5m인 거대한 장치 안에 달 복제토가 들어있는 형태다. 연구진은 장비 내부를 달처럼 진공으로 만들었다. 앞으로 자외선램프와 전자빔를 쏘아 흙먼지가 달의 낮과 밤 환경에 맞는 정전기를 띠도록 할 계획이다.

건설기술연구원 신휴성 박사는 “우주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달 탐사는 자원을 채취하고 우주기지를 건설하는 중장기적 임무”라며 “국내 챔버가 장차 국내외 달 탐사 장비의 먼지 제거 성능을 검증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Acta Astronautica, DOI: https://doi.org/10.1016/j.actaastro.2023.02.016

Acta Astronautica, DOI: https://doi.org/10.1016/j.actaastro.2020.08.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