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조선DB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성공 주역인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모교인 서울대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다.

서울대는 24일 오후 2시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제77회 전기 학위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번 학위수여식에서는 학사 2154명, 석사 1708명, 박사 775명으로, 총 4637명이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는 매년 졸업식에 졸업생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인물을 연사로 선정한다. 고 본부장은 한국을 독자적인 발사체를 쏘아 올린 일곱 번째 국가로 만든 누리호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졸업식 축사를 맡게 됐다.

고 본부장은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을 이끌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졸업생들을 위한 조언을 말했다. 평범한 연구원으로 살아가던 고 본부장이 누리호를 개발하게 되면서 느낀 점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방식이었다.

고 본부장은 “최근 많은 관심으로 지켜봐 주고 있는 누리호 개발을 이끈 덕분에 축사 자리에 영광스럽게 서게 됐다”며 “(졸업생들이) 앞날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막연한 불안감으로 가득 차 있으실 것 같아서, 경험한 일을 조금 말하면서 격려해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누리호 개발 이면에는 험난한 과정이 있었지만, 목표를 잃지 않고 나아갔기 때문에 발사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고 본부장은 “개발사업은 내적으로는 기술개발의 어려움과 조직구성의 난맥으로 매우 불안정했다”며 “당신들이 할 수 있냐는 외부의 비아냥에 슬퍼하고 분노했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누리호 개발과 같은 큰 사업을 하다 보면 특이한 상황이 발생하는데, 늘 가상의 대처를 해보는 습관을 지니면 실제 어려운 일이 닥쳐도 많이 당황하지 않고 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 신뢰가 없으면 어떤 일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며 “나에게 누리호는 인생사의 희로애락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 과정이고, 누리호 사업을 통해 많이 배웠고, 많이 성장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목표를 잃지 않을 것을 졸업생들에게 당부했다. 고 본부장은 “목표하는 바를 잘 세우고, 어떤 외부의 압박과 방해가 있더라도 목표를 잘 지켜나가야 한다”며 “스스로의 목표와 생각이 흔들리지 않아야 스스로 많은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 본부장은 1985년 서울대 항공공학과에 입학해 석사 과정까지 밟았다. 이후 미국 텍사스 A&M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항우연에 2000년 입사했다. 2015년부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을 맡아 누리호 개발 사업을 총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