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산업 경쟁력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양자(量子) 기술 육성에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선다. 2030년까지 50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민간 도심항공 모빌리티(UAM)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5000억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 펀드도 조성한다.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에 본격 착수해 2028년까지 인가를 획득한다는 구상도 공개했다.

정부는 20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신성장 4.0 전략의 구체적인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때 발표된 신성장 4.0 전략은 미래기술 확보, 디지털 전환, 전략산업 초격차 확대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민관 협력 프로젝트다.

이번에 발표된 3대 분야 15대 프로젝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미래 분야 개척을 위한 신기술 파트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작년 7월 1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양자기술 산업화 성과발표 및 미래양자융합포럼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한상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장으로부터 다이아몬드 기반 양자컴퓨터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과기정통부

우선 양자 기술 개발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공개됐다. 양자는 윤 대통령이 관련 분야 석학들을 직접 만날 정도로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다. 우선 정부는 20큐비트 양자컴퓨터 시연 시기를 2024년에서 2023년 말로 앞당긴다. 50큐비트 양자컴퓨터 구축을 2026년 말까지 마무리하고 2030년에는 500큐비트까지 성능을 높인다는 목표다.

양자컴퓨터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IBM의 경우 2021년에 127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공개했고, 올해는 1121큐비트 수준까지 성능을 높일 계획이다. 한국은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출발이 늦지만 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을 통해 선두 그룹을 따라잡는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기업 참여 확대를 위한 후속사업과 참여기업 매칭 비율 완화, R&D 세액공제 확대, 정책금융 지원 등 양자 분야에 다양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소 신소재 연구에 특화된 양자시뮬레이터 개발과 양자정보 전달용 초기 양자인터넷 시스템 설계, 양자현미경 시작품 개발 등 다른 양자 분야 기술개발도 계속 이어나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 양자 비전 및 발전 전략’을 올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미래의료 기술 확보에도 집중한다. 임상시험 진행 중인 백신과 신약 개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5000억원 규모의 ‘K-바이오백신 펀드’가 조성된다.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의료제품법을 올해 3월 제출하고, 임상·허가 가이드라인도 개발한다. 디지털의료제품법은 웨어러블기기 사용 임상시험 활성화, 실사용 임상평가를 통한 전주기 지원체계 등을 담는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섭식장애 분야 디지털치료·재활기기는 임상·허가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제품 개발을 돕는다.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산업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도 나온다. 항공안전법, 항공보안법, 항공사업법, 공항시설법 등 다양한 현행법을 UAM에는 배제해 규제를 풀어주는 내용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오버에어’ 도심항공교통(UAM) 기체 제작 현장. /한화시스템·오버에어 제공

UAM 조기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현재 55개 내외 기관이 UAM 상용화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기체제작, 교통관리, 버티포트 등 여러 분야에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IT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정부는 올해 안에 개활지에서의 실증을 마친 뒤 2025년에는 도심지에서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율주행 기술도 본격화된다.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된 차량이 올해 상반기 출시된다. C-ITS 데이터와 정밀도로지도 공유를 통해 관련 인프라도 정비한다. 정부는 레벨4 운행 기준과 보험 제도 마련에 나선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2028년까지 혁신형 SMR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본격화된다. 미래 기술인 용융염원자로(MSR) 기술개발에도 나선다. 정부는 올해 4월에 이런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은 ‘미래 원자력 기술개발 및 성과확산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태양광 분야에선 탠덤 셀 모듈 공정기술 개발에 나서고, 풍력에선 부유식 해상풍력 구조물 설계 기술개발에 착수한다.

우주탐사 분야에서도 기존에 발표된 계획들을 착실히 이어나간다. 올해 말에 우주항공청을 개청하고, 누리호 3차 발사와 차세대 발사체 개발, 달착륙선 개발사업 등이 올해 본격화된다.

우주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예타에 돌입하고, 우주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전용펀드도 조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