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ADD)가 부설기관인 방위산업기술지원센터를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국방혁신 4.0′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신속획득의 실무를 맡을 전문 연구기관으로 거듭나는 셈이다.
4일 과학계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ADD는 지난해말 이사회를 열고 방위산업기술지원센터의 명칭을 변경하는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ADD 관계자는 정부의 국방혁신 4.0과 연계해 신속연구개발사업 추진을 확대·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업무와 역할의 대표성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방위산업기술지원센터는 2014년 방위산업 참여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고, 무기체계 획득과 관련된 기술적인 부분을 지원하는 취지로 설립됐다. 명칭 개정 이전에도 신속획득 업무를 맡았지만, 이번에 이름을 정식으로 바꾸면서 신속획득 업무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에선 무기 체계는 도입까지 보통 5~10년이 걸린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면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무기를 도입하지 못하고, 정작 도입된 무기가 기술 변화에 뒤처지는 문제가 있다. 신속획득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방 기술과 무기를 획득하는 체계와 절차를 간소화해서 획득 시간을 단축하는 제도를 말한다. 최근에는 민간 분야의 정보기술(IT)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최첨단 신기술을 방위산업에 도입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그동안 국내에는 신속획득과 관련한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국방 선진국인 미국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스페이스X 같은 민간기업과의 협업으로 신속획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비교된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은 방위사업청에 소규모 조직을 통해 신속시범획득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미국 국방혁신센터(DIU) 같은 전담기관이 없고,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민간 IT기업의 방위산업 참여를 유인할 체계적인 절차나 인센티브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국방혁신 4.0의 성공을 위해서는 한국형 신속획득 프로세스 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신속획득법 제정과 전담 기관 지정, 관련 예상 확대 등을 통해 한국형 신속획득 프레임워크를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ADD가 방위산업기술지원센터를 신속획득 전담 연구기관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과학계 관계자는 “이번 명칭 변경은 방위사업청이 국방혁신 4.0 대응을 위해 필요하다고 먼저 제안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신속획득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