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로 발포수지를 뿌리는 건설드론(오른쪽)과 인쇄 결과를 계속 점검하는 스캔드론(왼쪽)./Imperial College London

말벌이 떼를 지어 날아와 집을 짓듯, 비행 로봇인 드론이 공중에서 시멘트를 뿌려 건축물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드론은 이미 각종 건설 현장에서 공사 진척 상황을 파악하고 지형도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 시멘트까지 뿌리는 드론까지 상용화되면 공사 경비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드론은 특히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 있는 건물이나 교량을 보수할 수 있다. 미국의 시장 조사 기관인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는 드론 기술이 발전하면서 건설 분야 드론 시장이 매년 15% 이상 성장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시멘트 뿌려 입체 건축물 만드는 건설 드론./Imperial College London

공중에서 시멘트 분사해 3D 인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미르코 코바치 교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로버트 스튜어트-스미스 교수 공동 연구진은 지난 2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드론들이 협업해 대형 입체 구조물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네이처 최신호는 이번 건설 드론 사진을 표지에 실었다.

연구진은 드론에 3D(입체) 프린터 기술을 결합시켰다. 3D 프린터는 치약을 짜듯 액체 상태의 물질을 분사한다. 이를 층층이 쌓아 굳히면 입체물이 만들어진다. 이미 콘크리트를 분사해 건축물을 만드는 대형 3D 프린터도 개발됐다. 이번에는 공중에서 3D 프린터를 사용했다는 점이 다르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드론으로 폴리우레탄 발포수지를 72층 쌓아 2.05m 높이의 원통형 구조물을 만들었다./Imperial College London

드론은 폴리우레탄 발포 수지를 뿌려 72층까지 쌓았다. 그 결과 2.05m 높이의 원통형 구조물이 만들어졌다. 다른 드론은 시멘트를 28층 뿌려 18㎝ 높이의 원통을 쌓았다.

드론은 각각 건설과 공정 관리로 임무를 나눴다. 건설 드론이(BuilDrone) 공중에서 원을 그리며 발포 수지나 시멘트를 뿌려 구조물을 쌓으면, 스캔드론(ScanDrone)이 결과물의 높이를 측정했다. 이를 설계도와 대조하면 작업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 드론의 건설 오차는 5㎜였다. 드론은 배터리와 재료를 충전하기까지 연속해서 10분간 작업이 가능했다.

사람 접근 어려운 곳의 보수 가능

코바치 교수는 “드론 무리를 이용한 건설 작업은 말벌과 흰개미 같은 동물에서 영감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말벌은 집을 지을 때 죽은 나무의 껍질을 씹고 타액과 섞어 뱉는다. 한 마리가 뱉는 접착성 섬유질의 양은 얼마 되지 않지만, 떼를 지어 달라붙으면 금방 단단한 집이 만들어진다.

연구진은 드론도 마찬가지로 집단 작업이 가능해 건설 경비와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드론이란 이름도 수벌이란 뜻이다. 코바치 교수는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교량이나 고층 건물의 손상 부분을 드론으로 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드론 건축이 상용화되려면 야외에서도 협동 작업이 가능한지 검증해야 한다. 그러려면 통신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고, 배터리와 시멘트를 효과적으로 재충전하는 방법도 개발돼야 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2020년 미국의 카이젠 에어리얼 솔루션사는 450kg이 넘는 무게의 자재도 실어 나를 수 있는 드론을 개발했다./Kaizen Aerial Solutions

공정 관리부터 자재 수송 드론까지 개발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전 세계 건설 산업은 8조 달러 규모인데 비효율로 3조 달러가 낭비된다. 지난 9일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드론을 이용하면 컴퓨터에 가상 공사 현장을 만들어 효율적인 공정 관리가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드론은 이미 건설 현장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가장 활용도가 높은 것은 카메라 촬영이다. 공중에서 건설 현장을 촬영해 전송하면 컴퓨터가 공사 현장을 3D로 만들 수 있다. 이제 현장에 가지 않고도 공사가 얼마나 진척됐는지, 문제는 없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드론은 15~30분 비행으로 수천㎡ 면적의 지형도를 만들 수 있다.

공사 자재나 장비도 드론으로 실시간 검사할 수 있다. 이전에는 각종 자재와 장비 목록을 액셀 파일로 만들어 일일이 대조해야 했지만, 드론을 이용하면 공중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건설 장비와 통신이 가능하면 오작동도 바로 알아낼 수 있다. 공사 현장에서 누가 자재를 빼돌리는지, 위험에 빠진 작업자는 없는지 감시할 수도 있다. 열 센서를 달면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은 곳도 찾아낸다.

최근에는 공정을 확인하는 보조 수단을 넘어 건설의 주역이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20년 미국의 카이젠 에어리얼 솔루션사는 무게가 450㎏이 넘는 자재도 실어 나를 수 있는 드론을 개발했다. 자율주행 트럭과 드론이 협업해 사람 대신 자재와 장비를 나를 수도 있다.

이번에 시멘트를 뿌려 실제 건축물까지 만드는 데 성공함으로써 말벌처럼 공중에서 집단으로 집을 짓는 드론까지 등장할 길도 열었다. 지난 14일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는 2019년 현재 48억 달러(한화 6조8800억원) 규모인 건설 드론 시장이 연간 15.5%씩 성장해 2027년 119억6860만 달러(17조1600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