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남극 빙하가 녹는 것을 막아주는 빙붕에 거대한 구멍이 나는 이유를 찾아냈다. 바다 아래에서 따듯한 바닷물을 끌어 올리는 소용돌이가 범인으로 지목됐다.
박태욱 극지연구소 해양대기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12일 남극 바다 아래의 강한 소용돌이가 빙붕에 구멍을 만들고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빙붕은 빙하가 바다로 흘러간 뒤 떨어지지 않고 평평하게 얼어붙은 지형을 말한다. 빙하와 연결돼 수백미터에 달하는 두께로 자라기도 한다. 땅 위에 있는 빙하가 바다로 흘러내려가지 않도록 막고 따듯한 바닷물을 차단하는 ‘얼음벽’ 역할을 톡톡히 해 빙하 감소의 천연 방어막으로 불리기로 한다.
연구진은 바닷물의 움직임을 모사하는 해양 모델을 사용해 빙붕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는 현상의 이유를 찾았다. 빙붕에는 이따금 구멍이 나 바닷물이 유입돼 빙하가 빠르게 녹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서남극 아문젠해에 있는 스웨이츠 빙하는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녹고 있는데, 그 원인도 빙붕에 난 구멍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해양 모델을 이용해 스웨이츠 빙붕 주변 바다를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심층수를 통해 북쪽에서 유입된 따뜻한 바닷물이 소용돌이를 통해 빙붕 아래로 올라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스웨이츠 빙붕 주변 바다 아래에는 빙하에 의해 깎인 계곡 지형이 자리 잡고 있다. 해류가 이 지형을 지나면서 강한 소용돌이가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기존 과학계에서는 따듯한 바닷물이 남극해 표면에서 부는 강한 바람에 의해 빙붕으로 유입된다는 가설이 큰 지지를 받고 있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강한 바람도 소용돌이를 강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닷물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소용돌이가 강해지고 따듯한 바닷물이 빙붕에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전 세계에서는 해수면 상승을 비롯한 이상 기후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만약 서남극 빙하가 모두 녹는다면 지구의 해수면은 약 5m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