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기능 악화로 사경을 헤매던 중국 환자가 간 이식 수술을 받기 전까지 돼지 간으로 3일을 견뎠다. 일부 유전자를 바꿔 면역 거부 반응을 차단한 동물 장기가 이식용 장기를 구할 때까지 생명을 연장하는 징검다리가 된 것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중국 시안의 공군 의과대학 시징병원 의료진이 간부전 환자에게 돼지 간이 있는 체외 순환 장치를 연결해 실제 간 이식 수술까지 생명을 유지했다"고 지난 6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번 수술을 집도한 외과의사인 왕린(Lin Wang) 박사에 따르면 56세 남성인 이 환자는 B형 간염과 다른 간 질환, 알코올로 인해 간에 심각한 손상을 입고 간 기능이 급격히 악화된 상태였다. 이 환자는 돼지 간을 이용한 체외 순환을 거쳐 1월 기증받은 간을 이식받고 현재 회복 중이다.
◇몸 밖에서 돼지 간이 혈액 여과
중국 연구진은 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간부전 상태의 환자를 살리기 위해 두 차례 수술했다. 먼저 환자의 혈액을 인체 외부에 있는 체외 간 순환 장치에 연결하는 수술을 했다. 이 장치 안에는 면역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 간이 들어 있었다. 유전자 가위는 DNA에서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고 다른 유전자로 대체하는 효소 복합체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다리 정맥에 관을 연결하고 돼지 간이 들어 있는 체외 순환 장치에 연결했다. 돼지 간은 펌프로 순환된 환자 혈액에서 유해 노폐물을 제거했다. 이후 혈액은 다시 몸으로 순환됐다. 의료진은 돼지 장기가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으며, 환자의 원래 간도 기능이 개선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3일 후 환자는 감염이나 합병증 위험을 막기 위해 체외 순환 장치에서 분리됐다. 실제 간 이식 수술은 며칠 뒤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는 다른 동물을 이용하는 이종(異種) 장기 이식이 만성적인 장기 기증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종 장기가 인간 장기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해도 이식용 장기를 구하기까지 시간을 벌고 손상된 장기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 인간 장기 이식으로 연결하는 징검다리인 셈이다. 체외 순환 장치에서 분리된 뒤 환자의 간 기능이 전과 달리 유지된 점이 이를 입증한다. 시징병원 의료진은 이번 수술 결과를 정리해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뇌사자에서 돼지 간을 이용한 체외 순환이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 간으로 체외 순환 장치를 만들고 뇌사자 4명의 혈관과 연결했다. 체외 순환은 3명에서 72~84시간 성공했다. 한 명은 체외 순환을 도중에 중단하고 간 절제술을 시행했다. 다시 체외 순환을 하자 간이 담즙을 생성해 제 기능을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 심장과 신장, 폐, 간까지 이식
이종 장기 이식은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보였다. 미국과 중국에서 최소 12명이 돼지 심장과 신장, 간, 흉선 등 장기를 이식받았다. 지난해 11월 미국 하버드 의대 산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은 신부전으로 2년 넘게 투석을 받던 67세 남성이 유전자 변형 돼지 신장을 이식받고 사상 최장기간인 271일간 투석 없이 살았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8월에는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 폐가 사람에게 이식돼 9일간 기능을 유지한 세계 첫 사례가 나왔다. 중국 광저우의대 부속 제1병원 허젠싱 박사 연구진은 한국·일본·미국 연구진과 함께 유전자 교정 돼지의 왼쪽 폐를 뇌사자에게 이식해 9일간 기능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돼지 간 이식 성과도 중국에서 잇따라 나왔다. 지난해 10월 돼지 간을 이식받은 71세 남성 간암 환자가 171일간 생존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앞서 3월 중국 시징병원 의료진은 뇌사자에게 돼지 간을 최초로 이식했지만, 살아 있는 사람에게 이식하기는 처음이었다.
이종 장기 이식은 아직 안전성이 완전히 확보되지 않았다. 미국 메릴랜드대 의대는 2022년 1월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했다. 당시 수술을 받은 57세 미국인 남성은 수술 두 달 만에 합병증으로 숨졌다. 이듬해 58세 환자에게 다시 돼지 심장을 이식했으나 역시 면역 거부 반응으로 6주 만에 숨졌다.
과학자들은 돼지 장기의 유전자를 교정해 면역 거부 반응을 막으려 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돼지 배아(수정란)에서 특정 장기를 만드는 유전자를 차단하고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삽입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 돼지 몸에서 인간 장기를 자라게 하자는 것이다. 중국 광저우 생물의약건강연구소의 라이 량쉐(Liangxue Lai) 박사 연구진은 지난해 7월 홍콩에서 열린 국제줄기세포학회에서 인간 심장을 가진 돼지 배아가 21일 동안 생존했고, 그 사이 심장 박동을 보였다고 밝혔다.
체외 순환 연구는 이종 장기 이식에서 가장 상용화가 빠른 분야로 꼽힌다. 동물 장기를 영구히 이식하거나 동물 몸에서 인간 장기를 배양하는 것은 안전성 문제뿐 아니라 생명윤리 논란도 있다. 반면 체외 순환은 인간 장기를 이식하기 전에 일시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어서 부작용이나 윤리 논란이 그만큼 적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유전자 교정 돼지 간을 이용한 체외 순환이 장기 부전 환자를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참고 자료
Nature Medicin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5-04196-3
Journal of Hepatology(2025), DOI: https://doi.org/10.1016/j.jhep.2025.08.044
Nature(2025), DOI:https://doi.org/10.1038/s41586-025-08799-1
Nature Medicine(2025),DOI: https://doi.org/10.1038/s41591-025-03861-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