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하 한국뇌연구원 뇌연구정책센터장은 21일 '2024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에서 "미국과 중국의 뇌과학 연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한국은 산업화 역량을 키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선비즈

중국은 2016년 차이나 브레인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2021년부터5년간 7억4600만달러(약 1조원)를 뇌과학 연구에 투자하는 내용이다. 미국 주도로 이뤄지던 뇌과학 연구에 중국도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미국도 2014년 시작한 브레인 이니셔티브의 수정 계획인 브레인 이니셔티브 2.0을 출범하며 미중간 뇌과학 패권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정윤하 한국뇌연구원 뇌연구정책센터장은 2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이노베이션포럼 2024(HIF 2024)’에 강연자로 나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뇌 연구에서도 심화되고 있다”며 “한국도 대응을 강화하고 산업화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뇌과학은 뇌신경생물학과 인지과학을 바탕으로 뇌 작동 원리를 연구하는 분야다. 지금까지 불치병의 영역이었던 뇌질환 극복 방법을 찾고, 국방·공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로 확장할 수 있어 과학기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 센터장은 “미국은 2014년 시작한 브레인이니셔티브의 수정 계획을 통해 기초연구 성과를 인간에게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며 “유럽도 이미 호라이즌 유럽 프로젝트를 통해 생애 주기 건강 전반을 다루는 헬스케어 시스템에 응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뇌과학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면서 국가별 대응 계획을 강화하고 기술 협력을 확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한국은 뇌과학에 미국의 10% 수준을 투자하고 있으나, 기술 수준은 80%에 달한다. 2020년 중국에게 기술력을 추월 당했다고 알려졌지만, 현재 기술 수준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센터장은 “한국의 뇌과학 기술력은 꽤 앞서가고 있지만, 산업화에 대한 역량은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2021년 수립한 뇌 연구개발 투자전략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정 센터장은 뇌과학이 앞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뇌 오가노이드(미니 장기), 마이크로바이옴(체네 미생물군) 같은 기초기술이 신약 개발 속도를 더 빠르게 하고, 디지털 전환을 통한 신기술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뇌 연구를 통해 디지털 치료기기, 전자약,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같은 신사업을 창출하는 것이 투자전략의 목표”라며 “이후에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뇌인지 연구로도 확대한다는 계획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뇌과학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치료기기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전자약(뇌 자극술)은 다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 센터장은 “국내에서는 전자약, BCI가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며 “전주기적 관리로 기술 개발과 활용을 촉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연구와 함께 실제 임상 적용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높은 기술 수준에 비해 실제 뇌과학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의료기술의 처방 건수는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환자들이 디지털 치료 기술을 잘 받아들이도록 지원하는 정책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