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금 최대 상한을 기존 3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인상된 보상금은 내년 7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24일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이날부터 오는 12월 3일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란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예방 의무를 다했음에도 발생하는 신생아 뇌성마비나 산모·신생아 사망 사고 등이 해당한다. 보상금 재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정부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분만 의료사고에 따른 민사 소송 부담은 젊은 의사들이 산부인과 전공을 기피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의료분쟁조정원에 따르면 2013년 이후부터 2023년까지 최근 10년간 발생한 불가항력 분만사고는 총 77건이었다. 산모 사망이 2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신생아 사망(27건), 태아 사망(11건), 신생아 뇌성마비(10건) 등의 순이었다. 최근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임산부와 태아에게 합병증이 증가할 수 있는 고위험 임신이 늘어 의료사고 위험도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복지부는 보상 유형과 보상액, 지급 방법 등 세부 내용을, 고시를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다.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복지부 장관이 보상심의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비롯해 위원회 관련 사항도 정비된다. 현재 국회는 내년도 복지부 예산안을 심의 중이다.
이 외에 의료사고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하기 위한 ‘간이조정제도’의 소액사건 기준은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오른다. 올해 7월 기준 간이조정은 평균 처리 기간 26.6일에 조정 성공률이 100%라 효과가 입증된 만큼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올 연말까지 필수 의료의 사법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법적 보호 방안도 마련한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오랜 숙원이었던 의료사고 보상 제도가 개선됐다며 반기면서도, ‘사고 과실’과 ‘불가항력적 사고’를 판단하는 기준을 명확히 해줄 것을 요구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숙원이었던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제도가 개선돼 환영한다”면서도 “아직도 불가항력으로 최종 결정되는 사례가 지나치게 적어 과실 판정에 대한 재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제도의 실효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의료인의 의료사고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환자들에게는 예측할 수 있고 공정한 보상 시스템을 제공하려면 분만으로 인한 사고의 과실과 불가항력적 의료 사고를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과실 판정 기준의 명확화는 의료 분쟁을 줄이고 의료 현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