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들은 경증일 경우 가정에 상비약을 마련해두거나 처치 방법을 미리 알면 굳이 응급실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소방대원이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뉴스1

추석 연휴에는 과식하거나 상한 음식을 먹어 생기는 복통이나 알레르기, 전을 부치다가 입는 화상, 조상 묘에서 벌초를 하다가 벌에 쏘이고 뱀에 물려 응급실을 많이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의들은 경증인 경우 가정에 상비약을 마련해두거나 처치 방법을 미리 알면 굳이 응급실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한다.

매년 추석 연휴 때는 응급실 방문 환자 수가 평소보다 2배나 많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응급실을 찾은 환자 수는 하루 평균 약 2만3000명으로, 추석연휴가 아닌 평일(1만3000건)의 1.9배, 주말(1만6000건)의 1.5배다. 문제는 올해 추석 연휴는 예년보다 응급실을 가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길어진 탓이다.

보건복지부도 한국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KTAS) 4~5등급에서 경증환자·비응급환자는 되도록 응급실에 가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4등급에는 심하지 않은 복통과 두드러기, 5등급에는 탈수 증상 없는 설사와 소독 가능한 상처, 발목 염좌 같은 근육 통증이 속한다.

◇음식이 부른 복통·알레르기가 가장 위험

매년 보건복지부가 공개하는 자료에 따르면 추석 연휴에 응급실을 방문하는 주요 원인은 복통과 두드러기이다. 전문가들도 추석 연휴에 장염이나 식중독으로 인한 복통과 알레르기를 가장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개 음식을 평소보다 지나치게 많이 먹거나, 상한 음식을 먹어 발생한다.

강형구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더위가 이어지는 추석에는 상한 음식을 먹거나 과식해 복통을 느껴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많다”며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절반 정도”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50대 미만 젊은 층은 대개 이틀 정도 지나면 괜찮아지므로 소화제나 위장관약을 먹으며 관찰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상비약을 먹고 사흘이 지나도 복통이 이어진다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는 이야기다.

강 교수는 “65세 이상 고령자는 담석이나 담관염, 담낭염으로 복통을 느껴서 오는 환자가 생각보다 많다”며 “특히 열이 나거나 기침할 때 배가 많이 울린다면 중증 위험이 높으므로 응급실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 몸과 맞지 않는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두드러기가 나는 경우도 많다. 강 교수는 “가정에 구비한 항히스타민제를 먹고 증상이 나아지는지 보는 게 좋다”며 “항히스타민제는 일반 감기약에도 섞여 있는 성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호흡 곤란이나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목 안쪽이 붓거나 많이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면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차례상 준비하다 화상·타박상 많아

차례상을 준비하다가 다치는 사람들도 많다. 가장 흔한 것이 전을 부치다가 입는 화상이다. 강형구 교수는 “화상은 초기 처치가 중요하다”며 “30분 정도 흐르는 찬물에 담가 열감을 빼줘야 화상이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계영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집에 바세린을 갖고 있다가 가벼운 화상에 발라주고 거즈나 밴드를 바르면 된다”고 했다. 화상을 입은 지 24시간 이내에는 통증이 심하므로 소염진통제를 먹는 것도 좋다.

강 교수는 “전 부치다가 입는 화상은 대부분 물집이 잡히지 않는 1도 화상일 가능성이 높다”며 “일찍 처치한다면 응급실에 가지 않아도 된다”도 말했다. 그는 “물집이 잡히거나 색깔이 하얗게 변하거나 진물이 나는 화상인 경우에는 응급실에 가서 소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박상도 화상과 비슷하다. 박계영 교수는 “소독약이나 밴드를 미리 갖추고 있으면 응급실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간단하게 처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 돌고 있으니 이를 대비한 해열제와 기본적인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항생제를 구비하면 좋다”며 “소독약과 밴드, 특히 상처를 부드럽게 낫게 하는 하이드로겔 성분 밴드를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뱀 물림, 물에 빠지면 응급실 빨리 가야

벌초나 성묘를 가서 벌에 쏘이거나 뱀에 물리는 경우도 있다. 꿀벌에 쏘였을 때는 독침이 피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독침 끝에는 독주머니가 달려있어 계속 독액을 주입하므로, 먼저 독침을 제거해야 한다. 강형구 교수는 “손가락을 독침을 잡으면 독주머니를 건드려 오히려 독을 더 주입할 수 있으니 신용카드로 피부를 밀어서 제거하라”고 조언했다.

뱀에 물렸을 때는 응급실에 빨리 가는 것이 좋다. 강형구 교수는 “물린 자리가 불에 덴 듯 심하게 아프고 붓거나 시커멓게 변색이 된다면 독사에 물렸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국내 서식하는 독사는 물리면 즉사할 정도의 맹독성을 가진 종은 없으므로, 침착하게 응급처치를 시행하고 가까운 병원으로 가면 된다”고 말했다.

독사에 물리면 입으로 독을 빨아낸다거나, 물린 자리를 절개하는 응급처치는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위험할 수 있으니 삼가는 것이 좋다. 강 교수는 “물린 부위를 심장보다 낮게 내리고, 환자를 최대한 움직이지 않게 하고 병원으로 옮기면 된다”며 “물린 자리 위쪽은 수건이나 천으로 가볍게 묶으면 독액이 빨리 퍼지는 것을 어느 정도 늦출 수 있지만 세게 꽉 묶으면 혈액순환을 방해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에 빠졌다가 구조된 사람도 응급실에 가는 것이 좋다. 다이빙 후에 발생한 사고라면 목뼈에 손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경추를 고정하고, 호흡이 없으면 인공호흡과 심장마사지를 실시해야 한다. 젖은 의복은 저체온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벗기고 모포를 덮어줘야 한다. 강 교수는 “물에 빠졌던 사람이 괜찮아 보이더라도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아보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