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쥐의 난자를 젊은 쥐에 넣으면 나이가 거꾸로 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에 적용하면 나이든 여성도 난자를 회춘(回春)시켜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말이다. 과학계는 이번 연구가 여성 불임 치료를 위한 세포 치료제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롱리(Rong Li) 국립싱가포르대(NUS) 생명과학과 석좌교수 연구진은 지난 9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노화’에 “늙은 쥐의 난자를 젊은 쥐의 난소 조직인 난포에 놓으면 젊은 난자처럼 바뀐다”고 발표했다.
여성의 난소에는 난자를 만드는 주머니 조직인 난포가 있고, 그 안에는 난자가 되기 전 단계 세포인 난모세포가 들어있다. 난포가 발달하면 난자가 만들어지는 구조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난모세포의 양과 질이 모두 떨어진다.
연구진은 14개월 된 늙은 암컷 쥐의 난자와, 생식력이 뛰어난 2개월 암컷 쥐의 난자를 꺼내 각각의 난포에 바꿔 넣은 뒤 관찰했다. 실험 결과 2개월 쥐의 난포에서 자란 늙은 난자는 젊은 상태로 바뀌었다.
염색체 이상이 줄었고, 몸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은 향상됐다. 유전자 발현과 대사물질 생성도 일반적인 젊은 난자 수준이었다. 반면, 14개월 쥐의 난포에서 자란 젊은 난자는 그와 반대로 노화 징후가 많이 나타났다.
또한 연구진이 두 가지 난자를 정자와 수정시켜 각각 다른 대리모 쥐들에게 이식했다. 2개월 쥐에서 자란 늙은 난자가 14개월 쥐 난포에서 자란 젊은 난자보다 태아로 자랄 확률이 4배 더 높았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난자를 둘러싼 난포 환경이 태아를 갖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늙은 난자가 다시 젊은 난자로 회춘하는 데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추가 연구를 진행했다. 난포를 통해 난자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돌기(TZP)가 젊은 난포에 있는 난자에서 밀도가 더 높은 것을 확인했다. 롱 리 교수는 이러한 연구 결과가 노화한 난자의 질을 높이는 세포 치료법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수잔나 윌리엄스(Suzannah William)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네이처에 “이번 연구가 노화한 난자의 질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윌리엄스 교수는 “고령 여성을 비롯한 불임 여성의 난자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개념 증명은 이뤄졌다”면서도 “충분한 기증자 조직을 확보하고 실험실에서 오랫동안 배양하는 지난한 과정이 따르는 만큼, 실제 인간에게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Aging(2024), DOI: https://doi.org/10.1038/s43587-024-00697-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