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오류와 표절을 감지하는 디지털 도구가 나오면서 의생명과학 분야에서 논문을 철회하는 비율이 4배나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대 연구진은 2000년 1월 1일부터 2021년 6월 30일까지 유럽 생의학 분야에서 철회된 논문 2069건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4일 국제 학술지 ‘정보계량학’에 실렸다.
논문 철회율은 2000년 10만편당 10.7편이었던 것이 2020년 44.8편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대부분 데이터나 이미지 조작, 저자 사기 등 연구 부정행위(66.8%)와 관련 있었다.
철회 사유도 시기별로 달랐다. 2000년에는 윤리적 문제, 저자 사기, 이미지·데이터·텍스트 복제 문제로 인해 철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와 달리 2020년에는 이미지·데이터·텍스트 복제 문제만큼이나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 문제도 많았다.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란 원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았거나, 데이터들이 편향돼 있어 연구 재료로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위법 행위가 과거보다 고도화됐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동료 연구자와 저널이 논문에 대해 위법 행위를 찾아내는 데 점점 더 능숙해져 철회율이 커졌다고 본다. 논문에서 표절이나 조작이 의심되는 텍스트와 데이터, 이미지를 잡아내는 디지털 도구가 늘어난 덕분이다.
영국의 분자 생물학자이자 데이터 탐정인 숄토 데이비드(Sholto David)는 지난달 3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지난 20년간 연구 오류를 찾아내는 기술이 향상돼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논문을 볼 때 오류를 찾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12년 논문 부정 감시 사이트 ’퍼브피어(PubPeer)’가 등장하면서 논문을 세밀하게 조사할 수 있다”며 “연구자들이 저널에 내부 고발 이메일을 보내는 일도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철회 논문 목록을 공개하는 사이트인 ‘리트랙션 워치(Retraction Watch)’를 만든 아이반 오랜스키(Ivan Oransky)도 네이처에 “최근 이미지 조작을 찾아내는 도구도 등장했다”며 “향후 몇 년 간 논문 철회율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tometrics(2024), DOI: https://doi.org/10.1007/s11192-024-049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