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비타민 C와 E 같은 성분이 들어간 항산화제의 과 섭취가 폐암 환자의 종양 성장과 전이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항산화제는 다른 세포에서 사용되지 않은 산소를 활용해 산화 스트레스의 양을 줄여주는 의약품이다. 그동안 산화 스트레스가 DNA를 손상시켜 암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왔다.
12일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마틴 베르고(Martin Bergö) 교수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비타민 E와 n-아세틸시스테인 보충제가 생쥐의 폐암 확산과 관련이 있다는 이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연구를 진행했다. 폐암에 걸린 쥐와 인간 폐암 세포를 이식한 쥐를 대상으로 물과 식단에 포함된 비타민 C·비타민 E와 n-아세틸시스테인 항산화제 양을 점점 늘리는 방식으로 폐암 종양을 분석했다.
그 결과, 비타민 C와 비타민 E가 포함된 항산화제가 신생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BACH1 단백질의 작용을 억제해 폐암의 성장과 확산을 가속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암은 종양 성장과 전이를 돕는 신생혈관에 의존해 진행되는데, 일반적으로 저산소증 상황에서 신생혈관 생성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연구팀의 이번연구에서는 산소 공급이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신생혈관이 생성됐으며, 항산화제가 이를 촉진해 폐암 진행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마틴 베르고 교수는 “항산화제가 암 종양을 진행시키는 신생혈관을 형성하도록 하는 메커니즘을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기존에는 항산화제가 이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놀라운 결과”라고 말했다.
베르고 교수는 “항산화 성분이 활성산소 생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건강보조식품에 많이 포함돼 있으나, 지나치게 많은 양의 항산화 성분은 신체 건강에 좋지 않고, 특히 폐암 환자와 폐암 발병위험이 높은 경우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활성산소 농도와 BACH1 단백질 조절 간 상관관계를 밝혀 유방암, 신장암 등 기타 암 종에서도 유사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로 자연식품의 항산화 성분까지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항산화 성분은 식사를 통한 섭취만으로 충분해 건강보조식품을 더해 항산화제를 과다 복용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임상연구저널(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에 최근 실렸다.
참고 자료 JCI, DOI: https://www.jci.org/articles/view/169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