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미국 델라웨어주 피커링 비치의 모래밭에 있는 투구게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바이오기업 찰스 리버 래버러토리에서 투구게로부터 혈액을 채취하는 모습. /미 어류야생동물관리국, Timothy Fadek, PLoS Biology

정부가 의약품 생산 과정에서 독성 물질 포함 여부를 분석하는 투구게 혈액 대체 시약 활용 방안을 공유한다. 4억5000만년 동안 기존 모습 그대로 살아온 투구게는 백신과 같은 의약품 생산을 위한 시험에 투입되면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3일 서울지방식약청에서 동물을 대체할 수 있는 내독소(endotoxin) 시험법 활용 확산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워크숍에는 의약품, 바이오의약품 등 제약사 품질 관리 시험 담당자들이 참석한다. 식약처는 참석자를 대상으로 내독소 대체 시험법과 유전자재조합 시약(rFC)을 이용한 시험 영상을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의약품 생산을 위해서는 내독소 시험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내독소는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의 세포벽 내 있는 물질이다. 평소에는 몸 밖으로 나오지 않지만, 세균이 증식하거나 죽어 세포벽이 깨지면 나온다. 혈중에서 강한 발열 현상을 일으키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한다.

투구게는 내독소 시험에 활용된다. 투구게의 혈액 내 척추동물의 백혈구 같은 역할을 하는 세포를 라이세이트(LAL)로 만들면 세균의 내독소와 만나 응고된다. 제약사들은 이를 통해 백신 오염 여부를 시험한다. 헤모글로빈에 철분 성분이 있어 붉은 피를 지닌 사람과 달리, 투구게는 구리를 포함한 헤모시아닌 때문에 피가 파란색이다.

세계 제약산업의 발전은 투구게를 위기로 내몰았다. 의약품 생산에 투구게 혈액이 이용되면서 개체수가 급감했다. 채혈 과정에서 투구게 10%가 죽고, 자연으로 돌아간 투구게 역시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투구게를 적색목록 기준 취약(VU)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20년 일부 제약사는 투구게를 대체할 rFC를 활용하려 했지만, 미국 약전에 제동이 걸렸다. 30년 이상 축적한 투구게 시험법과 비교해 짧은 기간 때문에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는 지난 3월 의약품 등의 성질과 상태, 품질, 저장 방법 등 필요한 기준에 대한 세부 사항을 담은 공정서인 '대한민국약전' 개정안을 예고했다. 이를 통해 인공적으로 유전자를 재조합해 만든 시약으로 투구게 혈액을 대체할 수 있게 했다. 투구게 인공 혈액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워크숍이 새로운 동물 대체 내독소 시험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규제과학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험법을 적극 개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