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뉴스1

정부가 의사단체에 필수 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증원 방안 마련을 공식 요청했다. 지난 2020년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 계획을 밝혔다가 의료계 반발로 백지화한 지 약 3년 만이다. 의사 단체는 의대 정원만이 답이 아니다며 필수 의료과에 지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이라고 맞섰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8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논의했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응급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찾지 못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 인력의 확대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 단체에 의대 정원 확대를 공식화한 것이다.

복지부는 지난 2020년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추진했었지만,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 수요가 대폭 증가하는 가운데 의사단체가 파업까지 불사하자 결국 정부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후 양측은 코로나19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관련 논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애초 의정협의체로 진행됐던 회의는 올해 1월에서야 재개됐다. 정부와 의사단체는 지난 1월 26일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여러 현안을 논의했지만, 의대 정원 관련 논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 정책관 역시 “의사협회에 의료계 내부 논의로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답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여전히 의료계 내부에서 금기시돼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장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정책관은 “6월 중 의료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 의료 인력 수급 추계 전문가 포럼을 구성해 과학적이고 근거에 기반한 의사인력 증원 논의를 추진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현재 의대 정원은 2006년 3058명이 된 이후 18년째 제자리다. 이마저도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3507명에서 지속해서 쪼그라든 결과다.

이광래 대한의사협회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이 8일 열린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뉴스1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 회장은 “의대 정원만이 유일한 대응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도 13년 후 정리가 될 텐데 공백기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이 증원된다고 해도 6~7년 후 전공과를 선택한다”며 “의대 정원 증원에만 의존하지 말고 의대생과 인턴들이 필수 의료과에 지원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5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잘 협의해서 (의대 정원 확대가) 2025년 입시에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한국 인구 1000명당 의사는 2.5명이으로, OECD 평균(3.7명)의 67% 수준에 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