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바이오 임원진이 5월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연 기자 간담회에서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 후보 물질 AR1001의 기술 수출의 의미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 글로벌 임상시험 3상에 도전 중인 아리바이오의 임상 성패가 이르면 오는 9월 판가름 날 전망이다. 회사는 최근 중국 푸싱제약(Fosun Pharma)과 최대 7조원 규모 글로벌 판권 계약을 계기로 코스닥·코스피 상장(기업공개·IPO) 추진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리바이오는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R1001 글로벌 임상 3상 진행 현황과 푸싱제약 계약 내용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지난 13일 중국 제약사 푸싱제약과 AR1001의 글로벌 개발·허가·생산·상업화를 위한 독점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47억달러(약 7조원)다.

5월 13일 중국 상하이에서 아리바이오와 푸싱제약이 글로벌 판권 계약을 기념하고 있다. (사진 왼쪽 두번째부터) 궈광창(郭廣昌) 푸싱그룹 회장, 첸위칭(陳玉卿) 푸싱그룹 회장, 정재준 아리바이오 공동대표이사, 성수현 아리바이오 공동대표이사, 이병건 아리바이오 특별고문

◇ '하루 한 알 치매약' 푸싱과 7조원 빅딜

회사는 개발 중인 경구용(먹는 약)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 후보 물질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 주요 결과(톱라인)를 오는 9~10월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R1001은 아리바이오가 개발 중인 PDE-5 억제제 계열 질환 조절형(Disease-Modifying) 경구용(먹는 약)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물질이다. 현재 미국·유럽·영국·중국·한국 등에서 환자 1500명 이상이 참여한 글로벌 임상 3상(POLARIS-AD)이 진행 중이다.

임상시험을 이끈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6월 마지막 환자 투약이 마무리되면 데이터 클리닝과 데이터 록(lock) 작업 이후 코드 브레이킹을 거쳐 9~10월 톱라인 결과가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중간 분석 결과는 임상 2상에서 보였던 효과를 충분히 따라가고 있다"며 "대규모 비용이 투입되는 글로벌 임상에서는 중간 분석에서 효과가 부족하면 연구를 중단하기도 하는데, 현재까지는 긍정적인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푸싱제약과의 계약 조건을 보면, 아리바이오가 옵션 비용으로 6000만달러(약 900억원)를 우선 수령하고, 임상 3상 톱라인 발표 이후 8000만달러(약 1200억원)를 추가로 받아 선급금 규모가 총 1억4000만달러(약 2100억원)다. 개발 성공 시 허가·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과 최대 20% 수준의 사용료(로열티)도 별도로 받는 조건이다.

아리바이오는 이번 계약 이후에도 글로벌 임상과 허가 절차의 주도권은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AR1001의 기술 권리도 아리바이오가 계속 갖는 조건이라 적응증 확대를 회사가 이어갈 수 있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프레드김(Fred Kim) 아리바이오 미국지사장은 "푸싱제약과 계약을 체결했지만, 개발 주도권을 모두 넘긴 것은 아니다"라며 "아리바이오 미국 지사가 임상 3상 완료 이후 NDA(신약허가신청) 단계까지 계속 주도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푸싱제약도 허가 신청 전까지는 아리바이오가 프로젝트를 이끄는 구조에 동의했다"며 "상업화 단계부터 푸싱제약이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상 3상에 성공하면, 회사는 2027~2029년 글로벌 허가와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제조권 구조에 대한 설명도 나왔다.

프레드김 미국 지사장은 "현재 제조권은 국내의 삼진제약(005500)과 푸싱제약에만 부여된 상태"라며 "중동·중남미·아프리카·CIS 지역 판권 계약을 체결한 아르세라(Arcera)에는 제조권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소룩스 합병 추진 지속…단독 상장도 검토"

아리바이오의 단독 상장 추진 가능성도 언급됐다.

최대 주주인 조명기업 소룩스(290690)는 아리바이오와의 흡수 합병을 추진해 왔으나, 금융 당국이 아리바이오·소룩스 합병 관련 증권 신고서에 대해 10여차례 정정을 요구해 계획이 거듭 밀렸다. 그동안 아리바이오가 글로벌 임상 3상 비용 부담으로 자금 조달 압박을 받아왔는데, 푸싱제약과의 기술 수출로 자금 압박 숨통이 트였다.

이날 성수현 아리바이오 공동대표는 "소룩스와 합병 추진은 계속 진행 중"이라면서도 "다만 기존 코스닥 상장뿐 아니라 코스피 상장 가능성도 다른 방향으로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성수현 공동대표는 "소룩스와의 합병 추진을 철회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여러 방향성 중 하나로 코스닥뿐 아니라 코스피 상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계약금과 마일스톤 자금이 회사로 유입되는 시점에는 유니콘 기업 수준의 기업가치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도 했다.

소룩스와의 관계에 대해 성 대표는 "아리바이오, 아리바이오랩, 소룩스 3개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라며 "소룩스는 홀딩스 개념 회사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룩스는 향후 사명을 아리로 바꾸고, 데이터센터 기반 사업 역량을 토대로 아리바이오와 아리바이오랩을 보유하는 미래형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ADPD 2026'에서 글로벌 임상 책임 연구자인 미국 스탠퍼드대 치매센터장 샤론 샤(Sharon Sha) 교수가 AR1001의 글로벌 임상 3상(POLARIS-AD) 진행 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아리바이오

◇ "끝까지 완주"…16년 치매 신약 개발 도전

국내 기업 가운데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 개발을 위해 글로벌 임상 3상을 직접 수행한 곳은 아리바이오가 유일하다. 회사 설립부터 임상 3상까지 16년이 걸렸다.

정재준 공동대표는 "국내에서는 임상 2상 단계에서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 일반적인 공식처럼 여겨져 왔다"며 "하지만 한국 기업이 글로벌 임상 3상을 직접 수행하고 상업화를 주도해야 진정한 신약 주권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글로벌 임상 3상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도전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목표는 임상 3상을 완료한 뒤 한국 신약으로 직접 상업화하는 것이었지만 글로벌 임상을 완주하기 위해 현실적인 선택이 필요했다"며 "환율 변동과 높은 연장 시험 참여율로 임상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푸싱제약의 제안은 단순한 자금 지원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축적한 글로벌 임상 3상 역량과 플랫폼을 국내 바이오 기업들과 적극 공유하겠다"며 "한 회사의 성공이 아니라 한국 신약 산업 전체의 도약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병건 아리바이오 고문은 "아리바이오는 현재도 매달 100억원 이상 임상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이번 계약은 이런 자금 부담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고문은 "푸싱은 기존 글로벌 빅파마와는 또 다른 방식의 열정과 추진력을 가진 회사"라며 "이번 협력이 한국과 중국, 더 나아가 아시아 바이오 산업 협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VC 업계는 한 번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다시 들여다보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이번 푸싱제약 계약은 글로벌 시장이 아리바이오를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한국 알츠하이머 연구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자금과 인프라가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신약 개발이 K바이오 경쟁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AR1001 임상 3상 완주로 개발을 끝내는 게 아니라 파킨슨병과 혈관성 치매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아밀로이드 백신 등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