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5조원 규모의 글로벌 에이즈(HIV) 치료제 시장에 에스티팜(237690)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체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STP0404(피르미테그라비르)'의 임상 2a상을 마무리하고 올 하반기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현재 이 시장은 길리어드·비브·머크(MSD) 등 소수의 글로벌 빅파마가 장악하고 있다.
STP0404는 HIV 치료제로서 세계 최초로 임상 2상 단계에 진입한 ALLINI(알로스테릭 인테그라제 억제제) 계열 후보물질이다. 해당 계열은 10여 년 전부터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구를 시도했지만 전임상 단계에서 독성 문제 등으로 개발이 중단된 사례가 많았던 만큼, 개발 성공 시 시장 파급력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MSD가 새로운 기전의 HIV 치료제를 먼저 시장에 내놓으면서, 향후 기술수출 과정에서 STP0404의 차별성을 얼마나 입증할 수 있을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에스티팜, HIV 신약 임상 2a상 마무리…'세계 최초' 타이틀 눈앞
에스티팜은 지난 6일(미국 현지 시각) STP0404 임상 2a상의 마지막 대상자 마지막 방문(LPLV)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주요 결과(Top-line)를 올 3분기, 최종 임상시험 결과보고서(CSR)는 4분기 중 받아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TP0404는 기존 인테그라제 억제제(INSTI) 계열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서 효과를 낼 가능성이 거론된다. 기존 INSTI가 바이러스 복제 효소의 핵심 부위를 직접 억제하는 방식인 반면, STP0404는 효소의 다른 부위(알로스테릭 부위)에 결합해 구조 자체를 교란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임상 2a상은 치료 경험이 없거나 제한적인 HIV-1 감염 성인 36명을 대상으로, 10일간 STP0404 또는 위약을 하루 한 차례 복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코호트 1·2군(200mg·400mg) 16명을 대상으로 한 중간 분석에서 투여군의 혈액 속 바이러스 양(HIV-1 RNA 수치)은 11일차까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p<0.0001). 평균 감소 폭은 약 15~36배로, FDA 기준선(0.5 log10 copies/mL 이상 감소)을 크게 웃돌았다. 치료 중단이 필요한 중대한 이상반응(SAE)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 중간 결과는 지난해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감염병 학술대회 'IDWeek 2025'에서 구두 발표로 공개됐다. 매년 5000편 이상의 초록이 제출되는 이 학회에서 구두 발표 채택 비율은 5~10% 내외에 불과하다. 당시 업계에서는 글로벌 학계가 STP0404 데이터를 주목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MSD 새 HIV 치료제 미국 시판…기존 요법 대비 비열등성 입증
에스티팜은 임상 2a상 이후 기술수출을 통해 해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전략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앞서 복수의 제약사와 약물 샘플을 제공하며 예비 협의를 진행하는 물질이전계약(MTA)도 체결했다.
변수는 MSD의 새 HIV 치료제 '이드빈소(IDVYNSO)'다. 이드빈소는 지난달 FDA 승인을 받았으며, 11일부터 미국 약국에서 판매가 시작됐다.
이드빈소는 도라비린과 이슬라트라비르를 결합한 하루 한 번 복용 2제 요법이다. 기존 HIV 치료에서 거의 빠지지 않던 테노포비르나 INSTI 계열을 포함하지 않는 최초의 완전 경구 2제 요법으로, 고령 환자나 장기 복용 환자군에서 활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3상에서는 96주 시점 바이러스 억제 유지율 89%를 기록하며, 길리어드의 '빅타비'를 비롯한 기존 2~3제 경구요법 유지군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기존 테노포비르 기반 치료제에서 제기돼 온 신장 기능 저하 우려가 두드러지지 않았고, 체중·혈당·지질 수치 변화 역시 임상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거 이슬라트라비르 개발 과정에서 제기됐던 CD4 T세포 감소 문제도 3상에 쓰인 저용량 요법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월 도매가격은 약 4455달러(약 620만원)로, 빅타비와 비슷한 수준이다.
◇"직접 경쟁 아니지만, 입증 부담 커졌다"
이드빈소와 STP0404를 직접적인 경쟁 관계로 보기는 어렵다. 이드빈소가 이미 치료 중이며 바이러스가 충분히 억제된 환자(HIV-1 RNA 50 copies/mL 미만)를 대상으로 기존 약을 교체하는 유지요법 전환에 초점을 맞춘 반면, STP0404는 기존 치료제 내성 환자를 보완하거나 새로운 기전 기반의 병용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두 약물 모두 경구용 HIV 치료제라는 점에서 일부 시장이 겹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선행 약물이 시장을 먼저 선점할 경우 후발주자인 에스티팜의 기술이전 협상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MSD의 '이센트레스'처럼 내성 환자나 제한적 환자군을 대상으로 시작한 신약이 임상 데이터를 축적한 뒤 유지요법이나 초기 치료 시장으로 적응증을 확대해온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임상 경쟁력이 충분히 입증될 경우 에스티팜이 후속 개발을 직접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임상 3상과 상업화에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지만,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인 만큼 일정 수준의 자금 지원 여력은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에스티팜 측은 "구체적인 전략은 공개하기 어렵다"며 "탑라인 결과를 확보한 뒤 방향을 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