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기업 프랙틸헬스(Fractyl Health)가 세계 최초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전자치료제 임상시험에 돌입한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미국 바이오기업 프랙틸헬스(Fractyl Health)가 세계 최초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전자치료제 임상시험에 돌입한다.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GLP-1이라는 호르몬의 작용을 모방한 원리의 GLP-1 계열 치료제가 나오면서 당뇨·비만 치료 패러다임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현재 출시된 GLP-1 치료제는 매주 또는 매달 주사를 맞거나 매일 복용하는 형태인데, 단 한 번의 투여로 체내에서 스스로 GLP-1 호르몬을 생성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의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는 것이라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프랙틸 헬스는 11일(현지 시각) 자사가 개발 중인 GLP-1 유전자치료제 'RJVA-001'이 네덜란드 규제 당국으로부터 임상 1·2상 시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GLP-1 계열 유전자치료제가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진입한 첫 사례다.

이번 임상은 기존 혈당강하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혈당 조절이 충분하지 않은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회사는 오는 6월 1일부터 환자 모집을 시작하며, 올해 하반기 첫 환자 투약과 초기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RJVA-001은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젭바운드·마운자로' 등 기존 비만·당뇨 치료제와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

RJVA-001은 유전자 전달체인 AAV(아데노부속바이러스)를 이용해 환자 체내 세포가 GLP-1을 직접 생성하도록 설계됐다. 회사는 이 치료제가 식사 시에만 반응해 GLP-1을 분비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GLP-1이 과도하게 분비될 때 나타날 수 있는 저혈당이나 위장관 부작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인체의 자연스러운 대사 반응을 모방하는 구조라고 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이 유전자 치료제가 개발에 성공할 경우, 평생 정기적으로 주사나 알약을 복용해야 하는 당뇨·비만 치료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유전자치료제는 한 번 투여하면 장기간 체내에서 작동하는 만큼 안전성 검증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 GLP-1 발현량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지, 장기적으로 부작용은 없는지 등이 핵심 검증 과제로 꼽힌다. 현 단계 역시 초기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하는 1·2상 임상에 불과하다.

프랙틸헬스는 네덜란드에 이어 호주에서도 임상을 추진 중이다. 회사는 호주 규제 당국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했으며, 올해 3분기 중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랙틸헬스는 2010년 설립된 대사질환 전문 바이오기업으로, 2024년 나스닥에 'GUTS'라는 종목 코드로 상장했다. 공동 창업자 하리스 라자고팔란 최고경영자(CEO)는 스탠퍼드대와 존스홉킨스의대 출신의 MD·PhD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회사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2025년 약 1억 4100만달러(약 209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8150만달러(1213억원) 규모다. 이를 고려하면 회사가 2027년 초까지 운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