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 중심 기업에서 상업화 단계로의 전환을 선언한 퓨쳐켐(220100)이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GCP) 위반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전립선암 진단제 'FC303'의 국내 품목허가 심사가 진행 중인 시점이어서 허가 일정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식약처, GCP 위반 '1차 경고'…임상 관리 역량 시험대
식약처는 지난달 20일 퓨쳐켐이 '임상시험의 품질보증 및 임상시험자료의 품질관리 준수 의무'를 위반했다며 '경고' 처분을 내렸다.
근거 법령은 '약사법' 제34조 제3항 제2호 및 제7항,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30조 제1항 등이다. 핵심은 '모든 임상 정보의 정확한 기록과 보관', 그리고 이를 위한 '표준작업지침서(SOP)의 수립 및 이행'이다.
퓨쳐켐이 임상 데이터가 생성되는 모든 단계에서 신뢰성을 보장할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FC303 품목허가 신청 자료의 신뢰성 확인을 위한 GCP 실태조사 과정에서 데이터 신뢰성이나 참여자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다만 기록 등 절차상 위반이 발견돼 행정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지적사항 중 '중대' 건은 행정처분 부과를 원칙으로 하며, '중요'나 '기타' 건은 시정·보완 조치를 내린다. 퓨쳐켐이 식약처로부터 행정처분(경고)을 받았다는 점은, 시험 결과의 품질과 완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중요' 이상의 지적을 받았음을 시사한다.
행정처분은 통상 경고, 업무정지, 허가취소 순으로 수위가 높아진다. 동일 조항 위반이 1년 이내 재발할 경우 가중 처분이 적용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행정처분과 별개로 퓨쳐켐에 시정요구 및 개선계획을 요구하는 등 위반 사항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라며 "행정처분을 받은 후 1년 이내에 다시 개별기준 같은 호 또는 같은 목의 위반 행위를 반복하는 경우 2차 행정처분을 부과하는 등 횟수에 따른 가중 처분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허가 심사 과정에서 추가 자료 제출이나 보완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글로벌 기술이전이나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기업의 경우 GCP 위반 이력은 해외 파트너의 실사 항목에 포함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가 일정에 부담 요인…실적 반등 시계 영향 받을까
퓨쳐켐은 FC303의 상반기 품목허가 획득과 연내 출시를 통해 '상업화 기업 전환'의 원년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지대윤 대표는 최근 주주 서신에서 "출시 초기에는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2년 내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FC303은 회사가 추진 중인 '테라노스틱스(진단·치료 결합)' 전략의 출발점이다. 진단제로 환자를 선별한 뒤 치료제 'FC705'로 이어지는 구조다.
FC705는 국내 8개 병원에서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 약 114명을 대상으로 3상을 진행 중이다. 내년 종료, 2029년 출시가 목표다. 미국 임상도 병행하며 글로벌 공동개발 또는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FC303 허가 일정이 지연될 경우 손익 구조 개선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회사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은 125억893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63억4200만원으로 적자가 지속됐다. 지배기업 소유주 기준 누적 순손실은 36억8097만원이다.
회사는 이번 행정처분이 허가 일정에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퓨쳐켐 관계자는 "큰 문제가 있었다면 영업중지와 같은 조치가 내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올 초 '임상 시험 전반에 대한 사후관리 강화' 의지를 밝혔다. 특히 품목허가 신청 시 제출되는 핵심(pivotal) 임상 시험 결과 보고서의 신뢰성을 확인하기 위해 의뢰자와 실시기관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감독 체계가 고도화되는 흐름 속에서 퓨쳐켐의 데이터 관리 체계 보완 조치가 얼마나 충실히 이행되느냐가 향후 심사 과정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