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국면과 글로벌 대형 제약사(빅파마)의 특허 만료가 맞물리면서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공개(IPO) 시장이 다시 숨통을 틔우고 있다.

지난해 증시 변동성과 투자 심리 위축으로 상장을 미뤘던 기업들이 시장 환경 개선을 계기로 재도전에 나서면서, 대어급 바이오 기업들의 상장 준비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1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아델,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 카나프테라퓨틱스, 리센스메디컬 등의 기업들이 1분기 내 코스닥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들 기업 상당수는 과거 기술성 평가 탈락이나 시장 여건 악화로 상장을 연기했던 곳들로, 금리 인하 기대와 기술 수요 확대를 발판 삼아 올해 IPO 재도전에 나섰다는 평가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이 가운데 신경퇴행성 질환 신약개발 바이오 기업인 아델이 올해 IPO 시장의 대표적인 대어 후보로 꼽힌다. 아델은 2016년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에서 스핀오프한 바이오 기업이다.

아델은 지난해 말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DEL-Y01'을 프랑스 사노피에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ADEL-Y01은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아 다국가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아델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비임상 연구까지 전 과정을 자체 플랫폼으로 수행했으며, 2020년부터는 오스코텍(039200)과 공동 연구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아델은 지난해 기술성평가에서 BBB·BBB 등급을 받아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사노피와의 대규모 기술이전 등 성과로 기술 경쟁력을 재입증했다. 이에 힘입어 아델은 올해 다시 IPO 재도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조만간 기술성 평가에 착수할 예정이다.

혈액제제 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SK플라즈마도 대어급 상장 후보로 거론된다. SK플라즈마는 지난해 상장 주관사 선정을 추진하다 중단했으나, 올해 들어 다시 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는 자가면역질환과 섬유증 질환 치료제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신약개발 기업이다. 자체 신약개발 플랫폼 '파이브레인(Fi-Brain)'을 기반으로 원형탈모증, 특발성 폐섬유증, 습성 황반변성 등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SK케미칼(285130)과 신규 신약 과제 발굴 및 공동 연구개발(R&D)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지난달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올해 첫 코스닥 시장 입성을 노리는 카나프테라퓨틱스도 주목받고 있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지난 6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이중항체 기반 면역항암제와 항체·약물 접합체(ADC)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롯데바이오로직스, GC녹십자(006280), 동아에스티(170900), 유한양행(000100) 등 국내 제약사들과 공동 연구개발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ADC 플랫폼 기업 피노바이오도 올해 상반기 기술성 평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피노바이오는 2024년 1월 상장을 추진하다 자진 철회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IPO에 도전한다. 현재 셀트리온과 함께 ADC 신약 후보물질의 전임상을 마치고 본임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제약바이오 IPO 시장이 지난해보다 한층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증시 변동성과 투자 심리 위축으로 공모가를 낮춰 상장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지만, 올해는 금리 인하 국면 진입과 함께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이슈가 일단락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글로벌 제약사들의 특허 만료가 본격화되며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도 맞물리고 있다는 평가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2030년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69개의 특허 만료가 예정돼 있고, 이에 따라 빅파마는 약 2560억달러(한화 373조원) 규모의 매출 공백에 직면해 있다"며"비용 효율화와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외부 기술 도입과 위탁개발생산(CDMO) 수요 확대가 불가피한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지난해에는 외부 변수로 인해 위축된 측면이 컸지만, 올해는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을 중심으로 상장 재도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빅파마들의 특허 만료도 신약 기술에 대한 수요를 키우는 배경"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