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국가마다 ‘건강한 노화’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노년기에 겪는 감염병과 면역 질환이 개인뿐 아니라 국가의 재정 부담을 키우는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인 대상 예방접종을 강화해 노년기 질환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일 오후 2시 서울 주한영국대사관 아스톤홀에서 열린 ‘2024 Healthy Ageing Korea’ 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와 “백신 예방접종은 만성질환의 예방과 건강 노화를 위한 아주 중요한 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주한영국대사관과 한국GSK가 공동 주최했다.
조 교수는 “백신 예방접종은 고령화 사회에서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의 진행률을 감소시키는 가장 비용 효과적인 공중보건 수단”이라며 “백신은 타깃 질병과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질병에 따른 의료 손실까지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대상포진 백신 예방접종을 맞은 성인 환자군과 맞지 않은 성인 환자군의 중환자실 입원 비율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성인은 소아·청소년보다 백신에 대한 인식이 낮아 예방 접종률이 낮아 성인 예방접종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취약계층 성인을 위한 국가예방접종사업(NIP) 확대와 성인 대상 백신 인식 변화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진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은 “그동안 정부는 영유아를 중심으로 예방접종 사업을 추진해오면서 감염병에 더욱 취약할 수 있는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에 대한 예방접종에 정책적 관심과 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국제롱제비티센터(ILC UK) 소장도 “성인의 백신에 대한 인식 개선과 국가적인 지원, 의료진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숙영 질병관리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성인 대상 NIP 확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NIP 도입 타당성과 유효성, 경제성, 보급·예산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해 도입이 필요한 백신의 우선순위를 정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현재 NIP사업은 생애주기별 20종 감염병에 대해 무료로 백신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중 5가지가 성인 대상 접종이다.
마우리치오 보르가타 한국GSK 대표는 “세계보건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성인 예방접종의 가치는 투자 비용의 19배로 돌아온다”며 “정부, 학계, 산업계가 성인 예방접종을 강화하는 데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