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전자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적용한 건물. /필립스전자

한미약품(128940)이 최근 경기도 화성 팔탄공단 내의 실내 조명을 발광다이오드(LED)로 전면 교체했다. 그 결과 공단 내 LED 조명 설치 비율은 99%에 이른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연간 기준 에너지사용절감량은 432기가줄(GJ), 온실가스는 20.7t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해 전기 요금도 600만원가량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도 지난 2020년부터 인천 송도의 사무실, 생산현장 내 조명을 LED로 바꿨다. 50만킬로와트시(kWh) 이상 에너지를 절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5000만원이 넘는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이 가운데 환경 분야에 대한 투자가 드러진다. 다른 분야와 달리, 감축한 온실가스나 전력 사용량을 정량화해 수치로 내놓을 수 있어서다.

◇온실가스·에너지 소모 줄이자…조명부터 보일러도 ‘고효율’로 교체

14일 제약업계 따르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속속 사무실과 생산 현장 조명을 저전력 LED로 교체하고 효율이 높은 보일러를 사옥에 도입하는 등 직접적 에너지 절감에 나섰다.

이들 기업들은 초기 투자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전력 사용량을 줄여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치솟는 전기요금 부담도 덜 수 있다.

한미약품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외에도 대웅제약(069620)은 전등을 100% LED로 교체했고, 유한양행 역시 위탁개발생산(CDMO) 시설 내 LED 설치를 완료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광효율 차원에서 4W짜리 LED 전구는 40W 백열등과 같은 수준의 밝기를 지닌다. 전력 소모를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수명도 약 50배 이상 길어 내구성도 좋고, 응답속도도 빠르다. 비용을 제외하면 모든 성능에서 압도적이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동양전기산업

전체 온실가스에서 10% 이상 비율을 차지하는 보일러를 교체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사용 중인 보일러 대부분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주 연료로 하는데 연소 과정에서 질소산화물(NOx),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수소나 바이오매스와 같은 친환경 연료 보일러를 도입해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기후변화 대응 못 하면 사실상 ‘퇴출’…”연 6000억원 매출 증발할 것”

미국과 유럽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환경 규제를 강화하며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압박하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으로서는 생존이 달린 문제다. 미국과 유럽의 대형 제약사가 국가별 규제에 발맞춰 협력업체에도 기후변화 대응책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환경 분야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1년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하는 고객사가 9곳, 공급사 기후변화 대응 정도를 우선순위에 반영하는 고객사가 2곳이라고 밝힌 일이 있다. 사실상 고객사 대부분이 기후변화 대응을 주문한 셈이다. 고객사 요구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최소 1866억원, 많게는 5833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회사 측은 추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후변화 대응 추진을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실무조직인 기후변화 사무국을 운영 중인 배경이다.

이 조직은 기후변화 대응 전략 기획·수립은 물론, 탄소 정보공개 프로젝트(CDP), 기후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협의체(TCFD)와 같은 국제적인 기후변화 대외 평가에 대응한다. 관련 내용은 매월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보고된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와 별개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별도 전담 실무조직을 꾸린 것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일하다.

국내 바이오 기업 한 관계자는 “국내 1위 업체라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기후변화 대응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업계인 셀트리온(068270),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도 예외는 아닐 것으로 본다”며 “기후변화 대응은 제약바이오 기업에도 성패를 떠나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