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같은 생성형 AI(인공지능)를 활용하면 원하는 조건에 맞고, 기존에 없는 새로운 맞춤형 물질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3′에서 김우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교수는 “실험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AI)가 화합물끼리 결합한 결과를 예측해 가장 적합한 신약 물질을 발굴할 수 있다”며 “AI 신약개발 기술은 더 고도화돼 신약개발 주기를 10년 이상에서 단 몇 개월로 단축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량의 데이터를 학습한 대화형 AI인 챗GPT가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분자나 단백질을 조합해 새로운 후보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생성형 AI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글과 그림, 음악, 영상 등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미국 오픈AI가 지난해 말 선보인 대화형 AI 챗봇인 챗GPT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이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2020년 5월 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 히츠(HITS)를 창업하고 LG화학(051910), 보령(003850), HK이노엔(195940) 등 국내 바이오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AI신약개발지원센터장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AI 신약개발사가 스크리닝을 통해 수십억개 물질을 찾아 활성화된 물질을 빠르게 골라낼 수는 있지만, 기존 실험 데이터를 활용하다 보니 이미 특허 등록이 돼있는 물질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기존 실험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고, 동일한 타깃 구조의 새로운 분자를 설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LG화학의 경우 기존에는 1년간 신규 활성 물질 2종을 찾았지만, 이미 특허가 나와 있는 물질이어서 후속 개발이 어려웠다. 그러나 히츠와의 협업으로 특허 회피가 가능한 활성 물질 15종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타깃 선정·후보물질 개발 전략 수립부터 AI 학습과 활성 물질 발굴까지 걸린 시간은 단 6개월이었다. 히츠는 보령에도 분자 설계를 통해 선정한 70개 후보물질을 제공했다.
히츠는 클라우드 기반 AI 신약 개발 플랫폼인 ‘ONE 플랫폼’도 개발해 올해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신약개발자들을 위한 연구협업 플랫폼으로 독자적인 약물-단백질 상호작용 예측, 약물구조 설계 AI 기술을 연구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어진 발표에서는 AI를 활용해 후보물질 발굴 시간은 줄일 수 있지만, 실제 신약개발로 이어지기까지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 바이오리버트의 주재일 기술총괄은 “AI 신약개발 기술로 초기 연구에 드는 시간이나 비용은 줄였지만, 실제 임상에 진입한 사례는 현저히 적다”며 “임상에 들어가려면 전통적인 신약개발 방식의 임상 절차를 위한 추가 연구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AI 기반 신약개발사는 50곳에 달하고, 이들 기업이 발굴한 후보물질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만 100건 이상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 전임상에 머물러 있다. 온코크로스, 파로스아이바이오 등 AI 신약개발사가 찾은 후보물질은 현재 4건이 임상 1상에 진입했다. 임상 2상 이상이거나 상업화된 곳은 전무한 상황이다.
주 총괄은 “바이오리버트는 AI 신약개발 기술뿐 아니라 AI 기술을 임상시험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