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머크(MSD)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기업인 프로메테우스 바이오사이언시스를 108억달러(약 14조원)에 인수한다. 오는 2028년 회사 매출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항암치료제 ‘키트루다’ 특허 만료를 앞두고, 악화할 매출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평가다.
16일(현지 시각) 머크가 프로메테우스를 108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지난 2016년 미국에 설립한 생명공학회사다. 염증성 장 질환의 일종인 궤양성 대장염에 대응한 단일 클론 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단일 클론 항체는 하나의 면역세포주에서 생산돼 항체가 결합하는 항원 부위를 의미하는 항원결정기 하나에 특이적으로 결합한다. 암이나 자가면역질환에서 화합물의약품과 비교해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머크는 이번 인수가 미충족 수요가 많은 자가 면역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버트 데이비스 머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거래가 전체 포트폴리오에 다양성을 확대하고, 앞으로 10년 동안 성장을 견인할 지속 가능한 혁신 엔진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크의 기대감은 인수 금액에서 드러난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프로메테우스는 지난 14일 종가 기준 주당 114.01달러다. 머크는 75% 웃돈을 얹어 주당 200달러에 프로메테우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총 108억달러에 달한다.
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은 그동안 잠잠했던 빅파마들의 인수합병(M&A)이 반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 3월 미국 화이자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사인 씨젠을 430억달러에 인수했다. 2019년 미국 애브비가 630억달러를 투입해 영국 앨러간을 인수한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FT는 설명했다.
머크의 이번 인수는 오는 2028년 항암제 키트루다의 특허 만료를 앞둔 대비책이기도 하다. 특허 만료 이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들이 줄줄이 출시되면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키트루다는 지난해 매출만 210억달러(약 27조5700억원)로, 머크 매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이밸류에이트 파마는 올해 키트루다 매출이 238억달러를 기록해 세계 의약품 매출 1위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인수합병 마무리 시점은 올해 3분기 중으로 전망된다. 프로메테우스 주주와 규제 당국 승인이 필요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