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모더나 테라퓨틱스 본사. mRNA코로나 백신에 이어 mRNA 암 백신도 개발해 임상시험에서 성공했다./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개발한 다국적 제약사 MSD(미국 머크)가 공동개발한 ‘암 백신’이 중간 임상에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 의학의 암 정복 시기가 한발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미국암연구학회(AACR)에 따르면, 뉴욕대 그로스만의대(NYU Grossman School of Medicine)에서 3~4기 흑색종 환자 157명을 대상으로 MSD와 모더나가 공동개발하는 암 백신에 대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한 결과, 암 백신과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 함께 처방한 환자의 78.6%에서 18개월 뒤 암세포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중간 결과가 나왔다.

이번 임상은 암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했으며, 무작위로 107명을 선정해 환자 맞춤형으로 제작된 암 백신과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했다. 나머지는 키트루다만 맞았다. 같은 기간 키트루다만 맞은 환자의 62%에게서 암이 발견되지 않았다. 백신을 키트루다와 병용 투약했을 때 10명 중 8명이 암이 완치됐는데, 키트루다만 투약한 환자는 10명 중 6명이 완치됐다는 뜻이다.

암 백신을 함께 투여했을 때 재발 위험도 현저히 낮아졌다. 임상 투여 2년 뒤 재발 여부를 확인하자 키트루다와 암 백신을 함께 맞은 22%는 암이 재발하거나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키트루다만 처방받은 이들 중에선 40%가 재발 또는 사망했다.

암 종양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건강한 세포와 구분하지 못해서 생긴다. 면역 세포는 외부에서 침입자가 들어오면 공격하게 돼 있는데, 암세포는 변이를 일으켜 면역 세포를 교란시킨다.

모더나와 MSD는 암 백신을 만들기 위해 환자 종양 자체를 DNA시퀀싱(염기서열 분석)해 고유 돌연변이를 찾은 다음, 면역 세포가 이 돌연변이를 알아챌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항원의 백신을 설계해, 면역 세포가 암 세포를 파괴하도록 했다.

암 백신은 환자 맞춤형으로 제작했다.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데 사용한 mRNA 기술을 사용했고, 환자 1명 당 백신을 개발하는 데는 약 6~7주가 걸렸다. 이번 임상을 주도한 제프리 웨버(Jeffrey Weber) 뉴욕대의대 교수는 “병원으로 돌아가, 수 백명의 임상 환자의 종양의 DNA를 염기서열 분석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뉴욕대의대 연구팀은 이 백신이 흑색종이 아닌 다른 암에도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봤다. 모더나와 MSD는 내년 임상 3상에 돌입해 비소세포폐암을 포함한 다른 암에도 암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을 시도할 계획이다. 미국 의료 전문지 스탯(STAT)은 “이번 중간결과는 mRNA가 다양한 질병, 특히 암 백신 개발에 적합한 기술이라는 것을 입증했다”라며 “코로나 백신 수요가 급감한 모더나에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