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엠폭스(MPOX·옛 원숭이두창) 감염병 주의 안내문이 화면을 통해 나오고 있다. /뉴스1

국내에서 엠폭스(원숭이두창) 감염 판정에 쓰고 있는 진단 시약은 정부가 자체 개발한 제품을 쓰고 있다. 방역당국은 국내 발생 추이를 고려하면 현재 하루 200명분, 한 달 기준 4400명분의 시약이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민간업체에서 진단키트를 공급 받을 계획은 없다며 ‘선 긋기’에 나섰다. 업계에선 엠폭스 확산을 기대하며 진단기술 보유 기업에 투자할 때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엠폭스, 감염 여부 자체 진단시약 활용…”민간 공급 제품 없다”

16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서 엠폭스 확진 여부를 판별하는 진단 시약은 질병관리청과 보건환경연구원이 실험실에서 지난 2016년 자체 개발한 검사법이다. 진단 시약 공급을 위해 별도로 계약한 민간 업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질병청은 활용 중인 검사법은 상용화한 검사키트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재료(시약)들을 구매해 자체적으로 혼합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개념이 아니라, 검사수요를 고려해 필요시 시약들을 구매해 정부 실험실에서 자체적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대전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시설 관계자가 바이러스를 검출해 내는 진단키트를 확보해 시약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정부가 보유한 시약은 4400명분으로, 하루 200명까지 진단할 수 있다. 방역당국은 검사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규모라고 보고 민간업체에서 진단키트를 공급받을 계획이 현재로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엠폭스 환자는 지난해 6월 처음 발생한 현재까지 총 10명이 보고됐다. 1~5번째 확진자는 해외 유입 감염이었다. 이후 이달 7일 국내 감염 의심 환자로 분류된 6번째 확진자부터는 모두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와 마찬가지로, 해외유입 이후 지역사회 감염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정부는 7일 국내 감염 추정 환자 첫 발생 이후 자진 신고와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공급도 없는데 진단키트 업체 ‘들썩’…”투자 유의해야”

최근 엠폭스 환자가 잇달아 보고되면서 진단기기 업계 주가는 다시 들썩이고 있다. 엠폭스 확산 우려 증가에 따라 진단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에선 씨젠(096530)을 비롯, 미코바이오메드(214610), 진매트릭스(109820), 시선바이오, 진스랩 등이 엠폭스 진단키트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들 중 상장사 주가는 엠폭스 감염 확산 소식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내 바이러스 검사팀에서 한 연구원이 검체를 검사하고 있다. /뉴스1

진단기기 업체들은 엠폭스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6월 앞다퉈 제품들을 내놓았다. 씨젠은 독자 인공지능(AI) 기반 시약개발 자동화 시스템을 사용해 90분 만에 원숭이두창을 판별하는 제품을 내놓았다. 녹십자홀딩스 자회사인 진스랩도 자체 생산 효소를 활용해 70분 이내에 판별할 수 있는 진단키트 제품을 개발했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지난해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엠폭스 유전자증폭(PCR) 진단키트 수출 허가를 받았다. 시선바이오는 검체채취 후 60분 이내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선보였다. 진매트릭스는 40분대로 더 단축한 진단키트 2종 개발을 마쳤다.

국내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했던 기업들도 이제 거품이 모두 걷혀지지 않았나”며 “정작 갑작스레 주가가 급격하게 치솟은 기업도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엠폭스 진단키트를 내놨지만 실제 방역현장에서 활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 진단키트를 도입하려면 임상시험을 해야 하는데 국내 확진자가 10명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19개국 환자를 합쳐도 500명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