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기업이미지(CI). /AFP 연합뉴스

미국에 이어 중국이 전령리보핵산(mRNA) 백신 기술을 확보했다. 일본도 상용화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미국처럼 mRNA 백신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던 국가들이 잇따라 관련 기술을 확보하면서 mRNA의 적용 범위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 mRNA 기술 개발이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는 데다 기술 확보 의지마저 명확치 않아 향후 대규모 감염병 사태 때 또 다시 해외 기술에 의존할 처지에 놓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 제약사와 벤처로 구성한 컨소시엄은 백신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임상 1상에서 2년째 멈춘 채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접종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은 대부분 미국의 화이자와 모더나가 만든 백신에 의존하고 있다. 두 기업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 정부의 재정 부담은 덩달아 증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올해 편성한 백신 구매 예산이 약 2000억원인데 일각에선 10배 이상인 2조원 규모로 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령리보핵산(mRNA·하늘색)이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회색 덩어리)과 결합해 새로운 물질(검은색)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한 그림./Science

◇mRNA 백신 자체 생산한다더니…현실은 임상 1상 ‘제자리걸음’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mRNA 개발에 나섰던 국내 업체들은 현재 임상 1상에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mRNA 개발 업체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한미약품, GC녹십자, 에스티팜 등 국내 대형 제약사를 위주로 한 ‘차세대 mRNA 백신 플랫폼 기술(K-mRNA) 컨소시엄’과 큐라티스, 아이진, 진원생명과학, 보령바이오파마가 참여한 ‘백신안전기술지원센터 인프라 활용 mRNA 바이오벤처 컨소시엄’이다.

두 곳 모두 지난 2021년 출범했다. K-mRNA 컨소시엄은 에스티팜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STP2104을 활용해 2년 내 mRNA 백신 자체 개발·생산을 목표로 했다. 벤처 컨소시엄도 큐라티스가 보유한 후보물질 QTP104와 아이진의 EG-COVID를 통해 지난해까지 mRNA 백신 조건부허가를 받고, 연간 5억도즈 규모 생산기술과 시설을 확보해 장기적으로 연간 10억도스(1도스는 1회 접종분)까지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식약처에 따르면 2년이 지난 현재 에스티팜의 STP2104는 임상 1상 승인 완료에 멈춰있다. 올해 9월이면 임상이 끝난다. QTP104의 경우 임상 1상 환자 모집 완료에 그치고 있다. 아이진의 경우 임상 1상과 2a상을 함께 진행 중인데, 여전히 환자 모집 중이다. 올해 8월 종료 예정이다.

국내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임상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좌절했다”라며 “지속해서 줄어드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 감소는 임상 환경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 중인 한 시민. /뉴스1

◇美 이어 中도 mRNA 백신 확보…日도 상용화 임박

한국이 머뭇거리는 사이 중국과 일본은 mRNA 백신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은 지난 22일(현지 시각) 현지 제약사 스야오그룹이 개발한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긴급사용 승인했다. 미국 화이자, 모더나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된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이다.

로이터,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스야오그룹이 개발한 mRNA 코로나19 백신 SYS6006은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올해 1월 18일까지 임상 시험 참가자 4000명에게 투여한 결과 중화효능은 85.3%로 나타났다. 다만 중국 현지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 문제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일본도 mRNA 기술 확보에 성큼 다가섰다. 다이이찌산쿄는 지난 1월 일본 정부에 mRNA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DS-5670 승인을 신청한 데 이어 2월 mRNA 백신 공장 설립에 돌입했다. 공장은 2024년까지 연간 2000만 도스 생산 용량을 목표로 한다. 앞서 다이이찌산쿄는 지난해 11월 DS-5670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며 DS-5670이 부스터(추가접종)로 접종될 경우, 화이자나 모더나mRNA 코로나19 백신보다 더 높은 수준의 중화항체를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에 위치한 한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에 부착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안내문. /뉴스1

◇mRNA 기술 없는 韓…백신 가격 오르면 재정 부담↑

한국이 mRNA 기술 패권 다툼에서 밀린 가운데, 대형 제약사들은 mRNA 코로나19 백신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백신 개발·제조사들은 각국 정부와 직접 계약을 맺어왔다. 그러나 엔데믹(풍토병화) 이후에는 정부와 계약이 종료되고, 백신 접종 수요도 줄면서 자연스레 가격 인상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실제 화이자, 모더나는 여러 차례 코로나19 백신 가격 인상 의사를 내비쳐왔다. 인상 폭을 반영할 경우 백신 가격은 1도스당 160달러 규모로, 우리 돈 16만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올해 코로나19 백신 구매 비용으로 잡은 것보다 10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고위험군 접종을 위해 약 1500만 도스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예산으로 2151억원을 확정했다. 1도스당 1만4000원 수준이다. 애초 정부는 7167억원을 확보하려고 했었는데, 실제 확정 금액은 3분의 1가량 급감했다.

코로나19 백신이 독감백신과 마찬가지로 매년 맞는 ‘연례백신’으로 자리 잡을 경우 정부의 재정 부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은 이미 성인의 경우 매년 1회, 고위험군은 2회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향후 독감처럼 코로나19 백신 연례접종이 시행될 경우를 대비해 백신 개발 임상지원 등 정부의 연구개발 자금 지원의 폭을 넓히고, mRNA 백신과 같은 경쟁력을 갖춘 제품군 구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