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소재 한 산후조리원. /뉴스1

최근 신생아 5명이 동시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집단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한 서울 강남의 한 산후조리원이 코로나와 델타 변이, 인플루엔자(독감) 등 호흡기 바이러스를 ‘99.99%’ 이상 살균할 수 있는 공기살균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홍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내용대로라면 병원 측과 살균기 공급 업체 간 책임 소지를 두고 공방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살균기 업체 주장은 한정된 공간에서의 실험 결과일뿐, 실제 현장에서 결과는 다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기살균기를 제공한 C사는 병원에서 일방적으로 게재한 자료로 회사 측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바이러스 99.99% 살균한다더니…신생아 5명 RSV 감염

13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신생아 5명이 RSV에 집단감염된 사례가 발생한 강남의 한 산후조리원은 C사의 UV(자외선)파워 공기살균기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신생아 5명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집단감염된 사례가 발생한 강남의 한 산후조리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러스를 99.99% 감염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산후조리원 홈페이지 캡쳐

공기살균기는 잘 알려진 공기청정기와는 다른 제품이다. 깨끗한 공기를 순환하는 것을 목적으로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공기청정기와 달리, 공기살균기는 바이러스와 세균, 곰팡이들을 파괴하고 살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 공기청정기는 필터를 사용하지만, 공기살균기는 전기·화학적 방식을 활용한다.

조리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해당 살균기는 코로나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A(H1N1), 델타 변이 바이러스 살균력을 99.99% 이상 검증해 감염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이가 머무는 모든 신생아실은 살균기의 살균터널로 공기 중 바이러스 선제공격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어 24시간 상시 관리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리원 설명대로 살균기가 작동했다고 한다면 외부 요인에 의해 집단감염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청은 RSV 예방 수칙으로 신생아 접촉 전·후 손씻기, 호흡기 증상 있는 방문객 출입제한, 증상 있는 직원 업무 제한, 증상 있는 신생아 구별 공간에서 돌보기 등을 제시하고 있다. 복지부는 분기별로 시행하는 산후조리원 안전·위상상태 점검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청정기, 살균 99.99%는 ‘과장광고’…살균기는 버젓이 광고

전문가들은 살균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공기청정기와 살균기들 모두 제한된 공간에서의 실험 결과일 뿐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대형병원 한 감염내과 교수는 “살균이나 항바이러스를 완전히 멸균하는 제품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수치상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표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공기청정 제품에 극히 제한적인 실험 결과만을 근거로 광고해 제품 실제 성능을 오인하게 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사례. /공정거래위원회

지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바이러스 99.99% 제거’, ‘세균 감소율 99.9%’ 등 공기청정 제품에 극히 제한적 실험 결과를 근거로 광고한 7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명령 대상은 코웨이, 삼성전자, 청호나이스, 위닉스, 쿠쿠홈시스·쿠쿠홀딩스, 에어비타, LG전자이다. 당시 업체들은 600만~5억원의 과징금 처분도 받았다.

삼성전자는 법원에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도 공정위 결정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회사 관계자는 “병원에서 게재한 자료는 회사 측에서 제공한 부문이 아니라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가공한 것”이라며 “병원 측에 수정 요청하겠다”고 말했다.